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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방해꾼/서동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방해꾼/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21-09-28 20:18
업데이트 2021-09-29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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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구경에 재미를 느끼는지라 별일이 없었던 지난 주말에도 길을 나섰다. 경기 연천 심원사는 6ㆍ25전쟁 와중에 모두 불탄 데다 주변에 군부대가 들어서고 일반인의 통행이 쉽지 않아지면서 보개산 너머 강원도 철원에 새로운 터전을 잡았다. 옛 심원사 자리에도 새 절이 들어섰는데 원심원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절 들머리에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부도가 줄지어 있어 이 절의 과거사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절을 향해 달리다 보니 신라 말기로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는 또 다른 절을 알리는 표지판이 눈길을 잡아끈다. 포장도로에서 10분 남짓 외줄기길을 따라 올라가니 지붕만 한옥인 현대식 절집이 하나 나타났다. 널찍하게 새로 닦아 놓은 터전에서도 신라 말이라는 역사는 읽히지 않았다. 그래도 깊은 산속 골짜기 절답게 고요한 분위기는 매력이었다.

절집으로 오르는 길, 텃밭에서 스님이 김을 매고 있었다. 손을 모으며 목례하니 합장과 미소로 답한다. 절을 둘러보니 지방문화재로 지정됐다는 부도가 궁금했다. 다시 스님에게 다가가며 큰 목소리로 있는 곳을 물으니 “쉿” 하는 듯 손가락 하나를 입술에 가져간다. 아까와는 달리 단호한 표정이었다. 순간 묵언수행을 방해했다는 생각에 미안했다. 누군가에게는 성지(聖地)라는 사실을 오늘도 잊었다.

서동철 논설위원 sol@seoul.co.kr
2021-09-2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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