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유유상종/문소영 논설위원

[길섶에서] 유유상종/문소영 논설위원

입력 2014-08-20 00:00
수정 2014-08-20 04:1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어릴 적 유유상종(類類相從)이란 말을 싫어했다. 유학자 할아버지 밑에서 취학 전에 소학과 명심보감 등을 뗐던 ‘동네 신동’ 아버지는 걸핏하면 사자성어를 들먹였는데, 그중 하나가 유유상종이었다. ‘법구비유경’의 향 싼 종이와 생선 묶은 새끼줄 이야기는 한 세트였다. 공부 잘하는 학생끼리 사귀어야 서로 발전한다는 교육철학이 깔려 있어 더 불편했다. 본디 성향이 반항적이었던 것인지 아니면 경직되고 보수적인 아버지가 싫었던 것인지 불분명한 가운데 의도적으로 학교 성적과 상관없이 친구를 사귀었고, 덕분에 즐거운 학창시절을 보냈다.

요즘 유유상종이란 말에 깊이 동의한다. 의도적으로 무리짓지는 않지만, 자연스럽게 관심사가 같고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서 사귈 수밖에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내내 달았던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중립을 위해 떼자’는 조언에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다”며 거부했다. 교황에 감탄했다. ‘중립’과 ‘공정성’을 항상 권력자처럼 아전인수로 남발하는 사람들에게는 분노한다. 그 탓에 권력과 짝짜꿍하는 사람들의 유유상종에 범접하기 싫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4-08-20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