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얼굴 영수증/김성호 논설위원

[길섶에서] 얼굴 영수증/김성호 논설위원

입력 2009-12-19 12:00
수정 2009-12-19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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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진수는 역시 고임의 나약함보다는 활력의 생(生)이다. 붉은꽃 열흘 안 간다는 ‘화무십일홍’의 덧없음도 살아 있음의 역 강조요, ‘홍안은 어디가고 백골만 묻혔느뇨.’의 아쉬운 탄식도 다름아닌 생의 찬미다. ‘이왕이면 붉은치마’라는 동가홍상이나 우스개로 하는 시쳇말 ‘있을 때 잘하라.’도 모두 활기와 생명 발랄의 강조일 게다.

얼굴은 삶의 영수증이라 한다. 원하건 원치 않건 한몸 받아 살아낸 이력의 성적표라니 그럴듯하지 않은가. 살다 보면 탄탄대로도 걷고 죽기보다 싫은 험로도 가게 마련. 세상엔 빛 좋은 얼굴만 있을까마는 그래도 사람들은 보기 좋은 얼굴을 반긴다. 얼굴 만들기의 성형 행렬도 더 나은 얼굴성적표 갖추기의 추임새 아닌가. 오랜만의 만남에서 사람들은 인사의 빌미로 얼굴을 들먹인다. ‘얼굴 좋아졌네.’ ‘얼굴빛이 안 좋아.’ 한해 말미에 매겨지는 얼굴 성적표엔 더 민감하기 마련. 송년·망년 자리마다 ‘얼굴 안 좋다.’는 인사를 받고 보니 아무래도 잘 살아내지 못했나 보다. 내년 이맘때엔 성적표 좀 잘 받아야 할 텐데.

김성호 논설위원

2009-12-1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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