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몽유도원도/노주석 논설위원

[길섶에서] 몽유도원도/노주석 논설위원

입력 2009-10-09 12:00
수정 2009-10-09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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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대 4분. 몽유도원도 진본을 보는 데 걸린 시간과 모사본 보는 데 걸린 시간이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장장 4시간을 기다린 끝에 1분 남짓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봤다. 소감? 한마디로 황홀했다. 진열장 앞에 다다라 두루마리를 대하는 순간 다리가 풀려 걸음이 옮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솔직히 그림 때문은 아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뿌듯함 때문이리라.

전시 마지막 날이어선지, ‘마지막 한국 대여’라는 일본 덴리대 측의 겁박 때문인지 진품을 보려는 관람객들의 인내심은 대단했다. ‘모사본이 더 정교하다.’라는 회유와 유혹이 있었지만, 이탈자도 틈입자도 없었다. 꿈쩍 않고 뚜벅뚜벅 나아갈 뿐이었다.

누가 한국인의 ‘빨리빨리’ 병을 탓했나. 시민의식과 역사의식의 부재를 말하는가. “문화는 이야기”라는 지적처럼 사람들은 몽유도원도가 제공한 스토리 텔링 속에 빠져 있었다. 1분의 행복을 누린 뒤 ‘소이부답심자한(笑而不答心自閑)이요,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이라고 답하는 듯했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2009-10-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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