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실종/김성호 논설위원

[길섶에서] 실종/김성호 논설위원

입력 2009-08-26 00:00
수정 2009-08-26 01:0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변했다. 변해도 너무 변했다. 아니 사라졌다고 할까. 상전벽해라더니. 여기엔 키 큰 느티나무가 섰었는데. 저 모퉁이엔 연탄집이 있었고. 건너편 점방 앞 나무의자엔 항상 혹부리 할머니가 앉아 졸고 있었지. 그 모든 것들, 모든 사람들은 사라지고. 너른 4차선 도로만 휑하니 저문 기억들을 삼키고 있네.

오랜만에 달려 보는 고향길. 어른들은 신작로라 불렀었지. 신작로라야 반포장의 울퉁불퉁한 좁은 길이었는데. 결혼하고 등졌으니 22년이 흘렀네. 논밭은 오간데 없고 아파트 숲만 울창한데. 죽마고우들은 어디서 뭘 하는지. 하기야 변하고 없어지는 것들이 하나 둘인가. 그런데 왜 이리 가슴이 무거울까.

차를 되돌려 옛날의 그 신작로를 천천히 다시 가본다. 잃어버린 22년을 되살리려 애를 써봐도 기억은 가물가물. 실종이다. 어리고 푸른 눈에 세상은 넓기만 했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지금 나는.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을까. 사라져 버린 것들은 되돌릴 수 없고. 아니 사라진 것은 고향, 신작로가 아니라 나 자신이 아닐까. 실종이다.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2009-08-26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불장인 국내증시에서 여러분의 투자성적은 어떤가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며 5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5% 안팎으로,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외국인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여러분의 수익률은 어떤가요?
1. 수익을 봤다.
2. 손해를 봤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