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구두/박정현 논설위원

[길섶에서] 구두/박정현 논설위원

입력 2009-08-03 00:00
수정 2009-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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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는 어느날 장인으로부터 구두 한 켤레를 받는다. 상자에는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지만 상자 안의 갈색 구두는 계속 손을 봐온 듯 여전히 반짝거린다. 동남아 지역의 섬 이름이 상표인, 나름대로 명품 구두다. 장인은 구두를 건네면서 “이제는 구두를 신을 일이 별로 없네. 자네와 신발 치수가 비슷하니 자네가 신도록 하게.”라고 하신다. 15년 전 사위로부터 받은 선물이지만 아끼다가 한 번도 신지 않았다고 한다.

사위는 언제 어디서 사 드렸는지 기억이 없다. 아무리 아까워도 어떻게 15년 동안 신지 않고 고이 보관해왔을까. 장인은 사위로부터 받은 선물을 되돌려주는 게 마음에 걸린 듯 미안한 표정이다. 올해 75세인 장인은 “이제는 구두보다 운동화가 더 편해.”라고 하신다. 구두는 사위의 발에도 대략 맞는다. 하지만 사위는 구두를 상자에 넣어 조용히 신발장에 올려놓는다. 아무래도 구두를 신지 못할 것 같다. 15년 동안 장인이 아끼고 신지 않던 구두가 아니던가. 세상 만사에서 때가 중요한 것 같다.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2009-08-0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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