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당 ‘비례’ 폐지안, 선거제 개혁에 재 뿌리자는 건가

[사설] 한국당 ‘비례’ 폐지안, 선거제 개혁에 재 뿌리자는 건가

입력 2019-03-11 22:42
수정 2019-03-12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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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과 비례대표 폐지를 핵심으로 한 선거제 개혁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바른미래·민주평화당 등 여야 4당의 비례대표제 강화안과 정면충돌한다. 선거제 개혁 논의가 거대 정당의 독식 구조를 완화하고 정당 지지율을 의석 배분에 반영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측면에서 볼 때 한국당의 개혁안은 개악에 가깝다. 올 1월까지 선거제 개혁안을 처리하겠다고 약속한 뒤 당론조차 정하지 않고 시간만 끌다가 여야 4당이 패트스트랙에 올려 추진하려 하자 노골적으로 개혁 논의의 판을 깨려는 것이란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한국당은 국회의원 숫자를 늘려선 안 된다는 국민 여론을 내세워 여야 4당의 비례대표 강화안을 반대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민 여론을 의식해 의석수를 현재의 300석을 유지하면서 지역구는 줄인 225석으로, 권역별 비례대표는 75석으로 늘리는 안을 제시한 상태다. 야 3당도 이 안을 토대로 연동형 비례제를 강화하자는 데 의견을 모아 패스트트랙 본격화에 나설 태세다. 따라서 의원수가 확대돼선 안 된다는 주장은 현재 개혁안을 반대하는 명분이 안 된다. 위헌 소지는 헌법재판소의 2001년 “1인 1투표 제도를 통한 비례대표 의석 배분은 위헌”이란 판결을 토대로 하지만, 이후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 투표가 지역구 선거와 별도로 진행된 만큼 역시 논의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이번 개혁안에서 정당 투표를 유지하면 위헌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문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특히 소선거구제에서는 거대 양당이 지역구를 장악하는 만큼 비례대표제를 개혁·강화하지 않으면 ‘새로운 정치세력’의 의회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한국당의 비례대표제 폐지안은 기득권을 고수하겠다는 놀부 심보와 다를 게 없다. 시대적 과제인 선거제 개혁을 이렇게 정략적 차원에서 발목만 잡다간 지역구 선거마저도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당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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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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