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건당국, 몽니 부리지 말고 메르스 병원 공개하라

[사설] 보건당국, 몽니 부리지 말고 메르스 병원 공개하라

입력 2015-06-05 23:24
수정 2015-06-05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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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메르스 관련 병원의 명단 공개를 거부해 오던 보건복지부가 어제 첫 번째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의 이름을 공개했다. 복지부는 평택성모병원에 지난달 15일부터 병원이 폐쇄된 29일 사이에 병원에 있었거나 방문한 시민들에게 신고해 달라고 했다. 메르스 첫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에 있었고, 어제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41명 중 29명이 평택성모병원에서 감염됐다.

첫 메르스 환자가 나온 뒤 보름 뒤에야 평택성모병원에 있었거나 위문을 갔던 시민들에게 신고해 달라고 하는 게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어제까지 사망자만 4명이나 나왔다. 정부가 발표한 자가 격리자만 1800명이 넘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제 서울 개포동 재건축아파트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 1565여명에게 자가 격리를 요구한 것을 포함하면 3400명 가까이 된다. 메르스 피해가 확산되기 전에 병원 이름을 공개하고, 방문했던 시민들에게 협조를 요청해야 하는 게 정상이 아닌가. 확산될 대로 다 확산된 뒤에 신고하라고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런 뒷북도 없다. 어제 보건복지부가 평택성모병원의 이름을 공개한 것도, 따지고 보면 어제 아침 한 신문에서 평택성모병원을 거명했기 때문인 듯하다.

상황이 심각한데도 복지부는 나머지 병원 명단은 여전히 ‘비공개’를 유지하겠다며 비밀주의 노선을 견지하고 있으니 한심함을 넘어서 분노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병원 명단을 공개하면 국민의 불필요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하지만, 궤변도 이런 궤변이 없다. 시민이 해당 병원에 관한 정보를 알아야 병원 출입을 자제하고, 만약 그 병원을 이용했거나 방문했더라면 타인을 배려하기 위해 대인 접촉을 줄이는 등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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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도 주목하는 ‘슈퍼전파’ 탓에 4차 감염이 시간문제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보건 당국은 초기 방역의 실패와 허점을 감추고 무마하려고 “괜찮다”를 남발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메르스 병원’을 전부 공개하고 시민의 자발성에 기초한 협력을 이끌어 내야 한다. 적시에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괴담이나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를 억제할 수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개미 한 마리라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자세로 하겠다”고 큰소리쳤던 문형표 장관은 어제는 “진주 목걸이가 땅에 떨어졌는데 다 줍는다고 하더라도 한두 개가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말장난을 할 때가 아니다.

2015-06-0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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