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 주변의 ‘세월호’ 어디 서울 지하철뿐인가

[사설] 우리 주변의 ‘세월호’ 어디 서울 지하철뿐인가

입력 2014-05-07 00:00
수정 2014-05-07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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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세월호 참극의 슬픔에 빠져 있던 상황에서 지난 2일 오후 일어난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사고는 새삼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해 있음을 일깨워준다. 거대한 비리 커넥션이 아니더라도 일상의 소소한 부주의와 태만이 얼마든지 대형사고를 부를 수 있음을 서울 지하철 사고가 보여준 것이다.

어제 경찰이 발표한 지하철 사고 중간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두 전동차의 거리가 200m 이내로 좁혀지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열차자동정지장치’(ATS)가 제 구실을 못하면서 빚어졌다. 지난달 29일 새벽 지하철 운영사인 서울메트로가 열차운행 속도를 높이려 신호연동장치 데이터값을 수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로 인해 ATS가 작동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서울메트로 측의 대응이다. 회사 측은 이 같은 오류를 사고 14시간 전인 2일 새벽 발견했으나 열차 운행 중단과 같은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실제 신호시스템에 별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추돌사고가 나기까지 정상운행을 이어간 것이다. 사고열차 기관사가 필사적으로 열차를 멈춘 덕에 그나마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으나 수십만 지하철 이용객들이 한나절이나 대형참사의 위험 앞에 방치돼 있었다니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지하철 운행 상황을 한눈에 파악하고 있어야 할 종합관제실조차도 앞 열차의 정차와 뒷 열차의 접근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니 서울메트로 관계자들의 무사안일과 안전시스템의 허점이 한두 가지가 아님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매년 큰 폭으로 지하철 안전 관련예산이 삭감된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으나, 세월호 참사를 강 건너 불로 본 서울메트로 관계자들의 안이한 자세가 직접적 사고 원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눈을 돌려 우리 주변을 살펴본다면 우리의 이런 안전의식 마비 현상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백화점과 극장처럼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장소는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화재 대피로가 돼야 할 비상계단이 창고로 쓰이거나 아예 비상구가 막힌 곳이 다반사다. 사고 신고부터 진화까지 23분에 불과했으나 비상구가 갖춰지지 않아 무려 56명이 숨진 1999년 인천 남구 용현동 호프집 화재사건은 벌써 잊힌 과거가 됐다. 산업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를 달리고 있는 우리의 교통사고 사망률(2010년 기준) 등도 따지고 보면 시스템과 같은 하드웨어의 부실 때문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된다고 할 것이다. 학교 주변 반경 300~500m 이내의 스쿨존만 해도 모든 차량이 시속 20~30㎞로 서행해야 하건만 이를 제대로 지키는 운전자가 과연 얼마나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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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를 낳은 구조적 비리의 문제점을 직시하되 사회 구성원 각자가 자기 주변의 위험 요소부터 돌아보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바쁘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우리는 일상에서 지켜야 할 소소한 책무조차 소홀히 여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세월호 참사가 던져준 교훈 앞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국가적 차원의 재난대책 정비와 별개로 국민 각자가 지금의 안전규정만이라도 잘 지키겠다는 인식을 하는 일 또한 시급하고 막중하다고 할 것이다.

2014-05-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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