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인권법 더는 미룰 일 아니다

[사설] 북한 인권법 더는 미룰 일 아니다

입력 2013-12-18 00:00
수정 2013-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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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권의 2인자였던 장성택 처형을 계기로 북의 인권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인이 김정은의 극악무도한 공포정치를 보면서 인권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인간이면 누려야 할 소중한 권리임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장성택을 사형한 소식은 극적이고 놀라웠다”며 “장의 사형은 인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한 것도 그 때문일 게다. 반 총장은 2011년에도 북의 인권 상황의 심각성을 경고하면서 “유엔의 사형집행 유예를 채택하고, 공개처형 제도를 즉각 없애라”고 촉구한 바 있다.

장성택이 연행된 지 나흘 만에 처형되기에 앞서 그의 두 측근도 잔혹한 방식으로 공개 처형됐다. 이처럼 현재 북에서 자행되고 있는 일련의 피비린내 나는 숙청 작업은 더 이상 북의 인권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일깨우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변론도 없이 속전속결로 진행된 북의 사법적 절차는 차치하고라도 처형 전 수갑이 채워진 장의 멍든 손과 얼굴을 보면서 어찌 북의 처참한 실상을 외면할 수 있겠는가. 최고위층이 이 정도의 대우를 받는다면 일반 주민들이나 정치범들의 인권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어제 평양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2주기 추모대회에서 드리워진 북한 세습정권의 그늘은 더욱 짙어진 인상이었다. 북한의 권력 서열을 나타내는 주석단에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비롯해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이 자리했다. 장성택 처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조연준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도 주석단에 모습을 보였다. 불과 1년 전인 사망 1주기 때 주석단에서 실세로 위용을 과시했던 장성택의 빈자리를 보면서 북한체제의 불가측성과 반인권성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걸음마도 떼지 못한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7·18대 국회에서 처리가 무산되면서 자동폐기됐던 북한인권법은 19대 국회 들어 다시 새누리당 의원들에 의해 발의됐다. 하지만 여야 간 입장 차이로 여전히 방치돼 있다. 민주당이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 문제보다 남북 간 협력과 인도적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뒤늦게 어제 “북한인권법을 하루빨리 통과시키자”고 나섰지만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북한 상황을 핑계로 국정원 개혁에 딴죽을 걸고 있다”며 여전히 소극적이다. 북한인권법은 미국 의회에서는 통과된 지 오래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북한인권 문제를 정파적 차원에서 접근해 여야가 동문서답하고 있는 형국이다. 잔혹하기 그지없는 장성택 처형을 보고서도 북한인권법 처리를 미루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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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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