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파행 방지책 마련이 개성공단 정상화 요체다

[사설] 파행 방지책 마련이 개성공단 정상화 요체다

입력 2013-07-08 00:00
수정 2013-07-0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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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개성공단 정상화 원칙에 합의했다. 100일 가까이 이어온 파행이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소식이 반갑다. 남북이 밤을 새워가며 어제 새벽 이룬 합의에 따라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모레부터 공단에 들어가 설비를 점검하고 장마 피해에 대비한 정비 작업을 벌일 수 있게 됐다. 미처 갖고 오지 못한 완제품이나 원·부자재, 나아가 필요한 설비를 갖고 나올 수도 있다. 이를 위해 북한 당국은 남측 인원들의 신변 안전과 통신을 보장하기로 했다. 나아가 남북은 준비되는 대로 공단을 재가동하기로 하고, 모레 후속 회담을 열어 이번처럼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를 막을 제반 조치를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주말부터는 석달 넘도록 인적이 끊긴 파주 통일대교가 다시 오가는 차량으로 북적이는 모습을 보게 될 듯하다.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없지는 않으나 이번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우선은 무엇보다 추가적인 피해를 막게 된 점일 것이다. 지난해 하루 평균 생산액 128만 달러를 기준으로 쳐도 이번 석달여의 파행에 따른 우리 업체들의 생산 차질액은 1500억원 남짓에 이른다. 구매계약 취소에다 협력업체들이 입은 피해까지 감안하면 이미 수천억원의 피해를 입은 셈이다. 북한 또한 5만여 근로자들의 석달치 임금 2438만 달러, 약 278억원을 속절없이 날렸다. 대략 40대1로 추산되는 남북 간 경제력 규모를 감안하면 실질 피해 규모는 북이 훨씬 큰 셈이다. 대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북이 이처럼 자해와도 같은 피해를 안겼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나, 이 선에서 더 큰 화를 막은 것만으로도 불행 중 다행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제적 측면을 넘어 이번 합의의 보다 큰 의미는 남북 간 소통의 실마리를 찾은 점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아니 남북 간 대화가 단절되다시피 한 이명박 정부 때부터 치면 무려 5년 만에 처음으로 남북이 대화를 통해 타협을 이뤄낸 게 이번 회담의 보다 큰 의미인 것이다. 중국의 압력 등 대외환경의 변화, 공단 파행에 따른 직접 피해 등 여러 배경이 있겠으나 원칙을 강조해 온 우리 정부의 대북 기조에 북이 호응했다는 점, 이를 통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뿌리를 내릴 가능성을 보게 됐다는 점은 퍽 고무적인 일이다.

이번 합의는 그러나 어디까지나 미완이다. 다시는 개성공단을 대남 전략의 수단으로 삼지 않겠다는, 멋대로 공단에 빗장을 거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북의 다짐과 구체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북은 어물쩍 넘기려 들 일이 아니다. 이번 사태로 상당수 입주업체들은 생산 규모를 줄이거나 심지어 철수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안정적 공단 운영을 위한 제도적 보장책이다. 북은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2013-07-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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