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가 2009학년도 수시 2-2 일반전형 1단계에서 내신 1∼2등급을 받은 일반고 학생은 상당수 탈락시킨 반면 외고 학생은 내신 7∼8등급까지 합격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고려대 수시에는 전국 26곳의 외고 학생 4295명이 지원해 1단계에서 절반이 넘는 2508명이 합격했다. 특히 대원·안양·한국외대부속외고의 합격률은 80%를 넘어섰고 인천외고에서는 5∼6등급은 물론 7∼8등급까지 합격했다.
고려대는 수시 전형요강을 발표하면서 교과영역(내신) 90%와 비교과영역 10%를 반영해 1단계 합격자를 선정한다고 했다. 그러나 합격자 발표 후 고교등급제를 적용, 특목고 학생을 우대했다는 의혹이 일자 학교간 편차를 줄이려고 내신 보정 시스템을 적용한 결과 등급간 점수차가 크게 줄었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해명을 받아들이더라도, 이번에 공개된 것처럼 일반고 출신 1∼2등급은 떨어지고 외고 출신 7∼8등급이 붙는다면 ‘내신 90% 반영’ 원칙은 그저 속임수에 불과하다. 어떠한 변명을 하더라도 그것은 고려대식 계산법일 뿐 우리 사회의 상식으로 용납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선 짓이다.
이 정부 들어 대학 입시에도 자율이 강조된다. 따라서 내신 성적을 외면하고 고교등급제를 전면 도입하더라도 이는 고려대 스스로 결정할 일이다. 문제는 사실상 등급제로 합격생을 가리면서 겉으로는 ‘내신 우대’라고 수험생과 학부모를 속였다는 점이다. 고려대가 과연 전통 명문을 자처할 만한 대학인지 후속 조치를 지켜본다.
2009-02-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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