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단소송 유예 왜 개혁후퇴인가

[사설] 집단소송 유예 왜 개혁후퇴인가

입력 2004-12-29 00:00
수정 2004-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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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증권집단소송법을 둘러싸고 혼선이 거듭되고 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그제 당정협의를 통해 기업의 과거 회계분식 행위를 증권집단소송 대상에서 2년간 제외하기로 했으나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의 제동으로 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했다. 과거 회계분식 행위를 정리할 여유를 달라는 재계와 정부의 요청이 ‘개혁 후퇴’라는 원칙론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1년 전부터 예고된 법을 시행하기도 전에 고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개혁론자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재계와 정부의 요구가 현실적으로 보다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증권집단소송제는 기업 회계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주요한 수단이기는 하나 이 제도를 도입한 미국에서도 역기능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부시 대통령도 최근 집단소송 우려 때문에 기업들이 위축되면서 일자리 감소라는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며 소송 남발을 질타하지 않았던가. 상황이 이러함에도 예견되는 부작용에 대해 방비책을 강구할 궁리는 하지 않고 개혁 논쟁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접근법이 아니다. 누차 지적했듯이 방향성만 분명하다면 완급조절이 개혁 후퇴는 아닌 것이다.

재계는 개정된 공정거래법 시행으로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하고, 재벌 소유 금융사의 의결권 제한에 따라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위협 노출이라는 새로운 경영환경에도 적응해야 한다. 여기에 집단소송 부담까지 떠맡기면 투자나 일자리 창출에 신경쓸 여력은 없어진다. 재계가 집단소송제 도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닌 이상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분식행위를 털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다. 기업은 불신과 공격의 대상이 아니라 소중히 가꾸고 키워야 할 존재다.

2004-12-2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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