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판거부, 국보법 개폐 도움 안된다

[사설] 재판거부, 국보법 개폐 도움 안된다

입력 2004-09-08 00:00
수정 2004-09-08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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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간부가 재판을 거부했다.국보법이 통일과 민주주의를 실현하자는 사람들을 탄압하기 위한 법이기 때문에 재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다른 피고인들도 이에 동조해 재판을 거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니 걱정스럽다.

이런 행동은 국가보안법 개폐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국보법은 개폐 논의가 한창 진행중이다.대법원이 존속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적어도 개정 또는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 다수의 생각이다.이런 마당에 재판을 거부하며 정치적인 시위를 벌이는 것은 개폐 논의 자체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진정 국보법의 개정이나 폐지를 원한다면 살아있는 실정법을 지키는 민주 시민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악법도 법이라고 했다.국가보안법이 악법이라고 지키지 않는 것은 법치국가의 질서를 뒤흔드는 행위인 것이다.국보법의 개폐 논의와 법집행 절차는 별개의 문제다.

법원도 연쇄적인 재판 거부를 어떻게 막을지 고민해야 한다.재판부는 궐석 재판을 통해서라도 정상적인 재판 진행 절차를 밟아서 재판 질서를 바로잡는 것이 마땅하다.다른 국보법 피고인들도 부화뇌동해서는 안 된다.재판 거부는 국보법 폐지에 부정적인 사법부에 대한 도전으로 비쳐진다.어떤 경우든 사법부의 권위는 존중돼야 한다.

정치권은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개폐 논의를 좀 더 진지하고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노무현 대통령이 국보법은 폐지돼야 한다는 발언을 한 뒤 개폐 논의는 한층 더 정쟁화하고 있다.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목소리만 높을 뿐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접근은 찾기 어렵다.이것은 논의라고도 할 수 없다.마치 이념의 결투를 보는 느낌이다.존폐 문제를 힘겨루기로 결정하려 해서는 안 된다.개정과 폐지,존치의 장단점과 문제점을 토론하고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그보다 먼저 국민 전체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헤아리는 것은 입법부의 책임이다.

2004-09-0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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