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회창씨의 세번째 사과

[사설] 이회창씨의 세번째 사과

입력 2004-03-10 00:00
수정 2004-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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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지난해 두 차례에 이어 어제 다시 대국민 사과 회견문을 발표했다.불법 대선자금 수수의 최종 책임은 대선 후보였던 자신에게 있으니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 감옥에 가겠다는 종래의 주장을 되풀이했다.전날 검찰의 중간 수사발표로 불법 대선자금 모금과 용처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난 만큼 다시 한번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판단한 듯하다.

하지만 회견문을 뜯어보면 대국민 사과보다는 불공정한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과 노무현 대통령과의 동반 책임론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그는 자신과 노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총선 이후로 연기한 검찰의 결정과 불법자금 수수 규모 발표 등에 대해 ‘정치적인 계산’이 숨어 있는 것처럼 질타했다.게다가 자신은 책임을 다하기 위해 감옥에 가겠으니 노 대통령도 ‘대의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라.’고 압박했다.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꾸짖어 놓고선 그 결과에 책임지겠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더구나 노 대통령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은 진정 참회하고 반성하는 자세가 아니다.

지금 정국은 총선을 30여일 앞두고 ‘탄핵’과 ‘10분의 1’ 논란 등으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이러한 시점에 이씨가 야당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정치공세성 회견문을 발표한 것은 자신이 표현한 ‘과거와의 단절’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한나라 일병 구하기’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이씨로서는 자신을 위해 헌신한 측근들이 줄줄이 감옥으로 가고 한나라당이 ‘차떼기당’이라는 수렁에 빠져 곤욕을 치르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을 것이다.그럼에도 이씨가 정치성 짙은 회견을 가진 것은 잘못됐다.자중자애하길 거듭 당부한다.

2004-03-10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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