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진 칼럼] 지방자치의 전환기를 기대하며

[손성진 칼럼] 지방자치의 전환기를 기대하며

입력 2014-06-05 00:00
수정 2014-06-05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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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진 수석논설위원
손성진 수석논설위원
7명을 한꺼번에 선택하면서 ‘묻지 마 투표’, ‘깜깜이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선거 공보물을 읽고 공약이 뭔지 살펴봤지만 어떤 인물인지 판단하기엔 미흡했다. 이번에도 역시 무슨 위원·회장 등 후보들이 나열해 놓은 그럴듯한 직함부터 거부감이 들었다. 선거는 권력쟁취의 절차에 불과하다고 폄하한다면 지방선거 또한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남발하면서 흑색선전을 퍼붓는 구태는 올해도 반복됐다. 투표 의욕이 꺾였지만 ‘정치란 덜 나쁜 자를 골라 뽑는 과정’이라 했던가.

올해로 성년의 나이에 접어든 지방자치를 통해 얻은 것은 많다. 중앙정부만 바라보던 지방은 주체 의식을 갖고 내 지역 살리기에 힘썼다. 크게는 외자를 유치하고 지방공단을 세워 지방 경제를 일으켰으며 작게는 꽃길을 가꾸고 운동시설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지난 20년간의 성적이 낙제라는 극단적인 평가를 듣는다 해도 반박할 낯이 없다. 상당수의 단체장과 의원들이 사리사욕과 영달에 눈이 멀어 지역발전을 도리어 저해한 죄과다.

잡는 순간 달콤함에 빠져드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게 권력이다. 4년 전에 뽑은 기초단체장 227명 중 무려 40%가 뒷돈을 챙기거나 세금을 도둑질하다 기소됐다. 감독 의무가 있는 지방의원들 또한 한통속이 돼 함께 비리에 연루되고 외유를 나가 흥청망청 돈이나 썼다. 일이나 열심히 하면 다행인데 역량 부족으로 의정활동도 게을리했다. 서울시 의원의 30%는 4년간 시정 질문을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민선 5기 동안 8번의 선거를 치르고 ‘부부 군수’, ‘형제 군수’까지 탄생시킨 전남 화순군의 복마전은 단지 특수한 경우라고만 할 수 있을까. 말하자면 끝도 없다. 재선 욕심에 전시성, 선심성 사업을 남발하고 난개발로 보호해야 할 푸른 계곡까지 파헤쳤다. 주민복지는 뒷전이면서 청사는 ‘삐까번쩍’하게 지어 위세를 부린 죄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용인 경전철사업 같은 정책판단의 오류는 지역 사회와 주민들의 생존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역사적인 사례다.

지난 20년이 실패와 과오의 연속이었다 해도 지방자치를 포기할 수 없는 건 그래도 풀뿌리 민주주의의 한 가닥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주민과 단체장, 의회가 한마음이 되면 얼마든지 살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 일본 기타큐수시는 2007년 기타하시 시장이 당선된 후 ‘사람에게 상냥하고 건강한 도시’ 만들기에 나서 세계적인 환경도시로 탈바꿈했다.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벌어들인 수익금 8억원을 주민 복지예산으로 편성한 점 등을 평가받아 3년 연속 한국지방자치경영평가 대상을 받은 전남 곡성군의 사례도 갈 길을 제시한다.

우리의 지방자치는 짧지 않은 역사에도 여전히 반쪽 자치다.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가 어떤 곳은 20%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하다. 국가사무의 중앙과 지방의 분배 비율은 7대3일 정도로 아직도 중앙집권적이며 중앙정부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참여정부처럼 지방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한 정부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지방정부를 통제하려는 중앙정부의 성향은 변함이 없다. 또한 정당공천권 등에 의해서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에 실제론 종속돼 있다. 사실 이런 문제들보다 더 심각한 것이 주민들의 참여의식 부족이다. 무늬만 참여지 실은 자치행정가 멋대로 하는 자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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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끝났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민선 6기 지자체가 닻을 올렸다. 선거과정에서 보여준 후보자들의 열정이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오욕으로 점철된 지난 20년이 재현되지 않도록 하는 열쇠는 사실은 당선자보다 주민들이 쥐고 있다. 주민들의 외면은 그들의 전횡을 또 한 번 보게 할 것이다. 주민 중심의 자치로 변신해야 한다. 정책을 만들고 평가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지자체나 지방의회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실패의 부메랑은 주민들에게로 돌아온다.
2014-06-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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