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의 순애보] 누가 진정으로 국민을 사랑하는가/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박순애의 순애보] 누가 진정으로 국민을 사랑하는가/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입력 2022-01-09 20:22
수정 2022-01-10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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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지난 6일은 한국행정학회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후보를 초청해 토론회가 개최된 날이었다. 지난해 12월 후보자를 모아 토론회를 열려고 했으나 불발되면서 각 당 후보자의 소견을 순차적으로 듣는 토론회로 대체됐다. 30분 정도 일정이 지연됐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차분한 태도와 국정 운영에 관한 비전은 대체로 행정학자의 기대 수준에 부합하는 모범 답안이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평가지만 시장과 정부 관계에 대한 후보자의 견해는 시장의 강점을 이해하고 적극 활용하려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사해 보였다. 차기 대통령이 지켜야 할 헌법적 가치에 대해 ‘주권재민’(主權在民)을 언급한 것은 예측된 답변이었으나 자치단체장의 경험을 살린 실천 방법은 인상적이었다.

공무원 조직을 ‘관당’(官黨)으로 표현하면서 더 많은 민원이 청취되고 해결될 수 있도록 ‘신상필벌’(信賞必罰)로 공직 개혁과 주권재민의 성과를 동시에 달성했다고 자부했다. 경부고속도로와 정보화 강국의 치적으로 박정희, 김대중 두 전 대통령을 함께 치켜세운 점은 정치인으로서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정책 전반의 디테일에 강하고, 대중 호소력을 갖춘 달변은 국민의 호감을 얻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성공한 민간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서울시장 경험이 오히려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떠오른 것은 후보의 확신에 찬 경험담 때문이었을까. 과도한 확신은 부족한 경험보다 더 위험할 수 있음을 우리는 전직 대통령으로부터 체험했다. 청계천 복원 성공은 4대강 사업의 신념으로 이어졌고, ‘내가 해봤는데’로 대변되는 민간 경험의 소신은 해외 자원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에너지 공기업의 무분별한 투자로 변질됐다. 정책 실패가 가져온 상흔에 대해 후보라면 곱씹어 보아야 할 부분이다.

기초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는 중앙정부와 다르다. 이해관계의 범위와 강도가 다르고, 부분의 합이 전체가 되지 않는다는 큰 차이가 있다. 한 지역의 시혜 정책은 이웃 지역에 빨대효과나 풍선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정책의 기획·집행에 필요한 수많은 조정, 정책효과와의 시차도 제약 요인이다. 대통령의 시간은 5년이지만 정책이 집행될 즈음이면 벌써 레임덕의 벨이 울린다. 그래서 더욱더 준비된 대통령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단임제 이후 중앙행정을 경험한 몇 안 되는 대통령이다. 그러나 퇴임 4개월을 앞두고 정권교체 여론이 높아진 것은 국민이 기대한 공약들이 제대로 달성되지 못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2년간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공정에 대한 체감온도의 차이, 부동산 정책 실패 등은 현 정부의 뼈아픈 실책이다.

전현직 대통령의 취임사와 연설문을 읽어 보면 그 어떤 대통령도 국민을 사랑하지 않은 대통령이 없다. ‘친애하는’, ‘존경하는’, ‘사랑하는’ 등 국민 앞에 붙은 형용사는 모두 국민에 대한 극진한 사랑의 표현이다. 그러나 퇴임하는 시점에 오면 대부분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표한다.

이재명 후보는 ‘나쁜 사람과는 같이 살 수 있지만 미운 사람과는 같이 살 수 없다’는 지인의 말을 빌려 민주당의 실정을 에둘러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은 더이상 ‘사랑한다’거나 ‘주권재민’이라는 말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는 실패를 경험했던 전직 대통령들을 만나 보고 반면교사로 삼으라고 조언하고 싶다. 성공한 정책은 잘 드러나지 않지만 실패한 정책은 두고두고 국민에게 상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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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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