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지하철·모두의 1층이 돼야… 장애가 무의미한 세상 만들고 싶어”

“모두의 지하철·모두의 1층이 돼야… 장애가 무의미한 세상 만들고 싶어”

김미경 기자
김미경 기자
입력 2025-08-07 00:58
수정 2025-08-0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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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무의’ 홍윤희 이사장

지하철 교통약자 환승 지도 배포
장애인 딸과 함께 열정 쏟아 결실
건물·식당 경사로 설치 사업 추진
이동권 강화 위해 법·제도 손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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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무의’를 이끄는 홍윤희 이사장이 지난달 24일 인터뷰에서 무의가 제작해 배포하는 ‘휠체어로 성수 완전정복’ 지도를 소개하고 있다. 무의가 지역별로 만든 경사로 지도에는 휠체어로 들어갈 수 있는 매장과 장애인 화장실 정보 등이 담겨 있다. 홍윤기 기자
사단법인 ‘무의’를 이끄는 홍윤희 이사장이 지난달 24일 인터뷰에서 무의가 제작해 배포하는 ‘휠체어로 성수 완전정복’ 지도를 소개하고 있다. 무의가 지역별로 만든 경사로 지도에는 휠체어로 들어갈 수 있는 매장과 장애인 화장실 정보 등이 담겨 있다.
홍윤기 기자


“10년 전 휠체어를 타는 딸과 함께 추진했던 장애인용 지하철 환승 안내판이 이제야 실현되네요. 장애인이 주체가 돼 ‘턱 없는 세상’을 만들어 장애인용 지하철 환승 지도도, 경사로 지도도 필요 없는 날이 오길 바랄 뿐입니다.”

장애인 등 교통약자 이동권·접근권을 위한 사단법인 ‘무의’를 끌고 있는 홍윤희(52) 이사장의 목소리는 열정으로 가득했다. 정보기술(IT) 기업을 20년 이상 다닌 ‘커리어우먼’에서 딸을 위한 ‘활동가’로 변신한 그는 ‘장애가 무의미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뜻의 무의가 펼쳐온 ‘모두의 1층’, ‘모두의 지하철’ 사업 등을 설명하며 눈을 반짝였다. 홍 이사장을 지난달 24일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 서울신문 사옥에서 만났다.

홍 이사장은 지하철을 타기 힘들어하는 딸과 함께 10년 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장애인용 지하철 환승 안내 스티커를 붙이고 싶었다. 그런데 공공시설에 개인이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게 돼 포기하려는 상황에서 미국에서 비슷한 활동을 하는 장애인 유학생과 연결돼 무의를 설립하게 됐다. “장애를 무의미하게 하려는 사람들이 모여 ‘물리적인, 심적인, 인식의 턱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취지예요. 장애인 딸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서 주변에 ‘눈이 4개인 엄마’라고 소개하지요.”

무의의 주요 사업은 장애인들이 직접 참여해 ‘지하철 교통약자 환승 지도’를 만들어 홈페이지 등을 통해 배포하는 것. 해외 여행객도 문의할 만큼 찾는 이가 많아 조만간 앱으로 출시한다. “비장애인은 3~5분 걸리는 지하철 환승이 장애인은 20~40분이나 걸려요. 환승을 위해 밖으로 나가야 하는 역도 있어요. 이런 현실을 개선하고자 엘리베이터 위치와 휠체어 환승칸 번호 등을 지도에 상세히 담았어요.” 지도를 보고 ‘처음으로 용기를 내 지하철로 출퇴근했다’는 휠체어 직장인의 말에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무의의 이런 노력은 서울시가 올해 10개 역으로 시작해 3개년 계획으로 추진하는 교통약자용 ‘모두의 지하철’ 안내판 사업 참여로 이어졌다. 엄마와 딸이 그렇게 바랐던 지하철 환승 안내 스티커가 안내판으로 바뀌어 설치되는 민관 협력사업이 된 것이다. “그동안 붙인 거 위에 또 붙이고 제각각인 안내판을 정비해 장애인, 비장애인 누가 봐도 기존 디자인에 잘 녹아드는 안내판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휠체어를 타고 갈 수 있는 건물과 식당, 커피숍 등이 많지 않다는 것도 장애인을 힘들게 한다. 접근권 강화를 위해 무의가 추진해 온 사업은 경사로를 설치해 휠체어 이동을 돕는 ‘모두의 1층’ 프로젝트다. 서울시, 성동구 등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경사로 지도를 만들고 필요한 곳에 경사로를 설치한다. 금융, 식음료, 제약 기업 등과 손잡고 지역별 맞춤형 경사로 사업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경사로와 엘리베이터, 장애인 화장실 등 관련 정보를 한데 모아 ‘공익 데이터’로 축적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홍 이사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장애인 이동권 강화 공약을 환영하면서도 법적, 제도적으로 손질할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편의증진법에 따라 건물마다 장애인용 경사로를 설치하게 돼 있는데 90평 이하 건물은 면제돼 허점이 많다”며 “엘리베이터도 1973년 만들어진 건축법상 5층 이하 건물에는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엘리베이터가 있어도 계단을 오른 뒤 타야 해 힘들다”고 했다. 그는 또 장애인 관련 법과 정책이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 부처별로 흩어져 있어 비효율적이라고 봤다. 부처와 지자체마다 장애인 관련 데이터 관리가 각각 이뤄져 통합이 어려워 정보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앞으로 무의의 사업은 무궁무진하다. 지난해부터 YG·SM 등 엔터테인먼트 기업들과 손잡고 장애인 팬을 위한 공연 등 접근성 가이드를 만들었다. 외국에서 오는 휠체어 여행객 지원, 가전 등 제품을 장애인도 편하게 사용하도록 ‘유니버설 디자인’화하는 협업 사업, 장애인 마라톤 등도 눈길을 끈다.

“전 세계적으로 장애인 인구를 15%로 봅니다. 그들이 한국을 방문해 편하게 여행할 수 있다면 관광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장애인 정책을 시혜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새 정부가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정책을 차근차근 실천해 나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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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무의’를 이끄는 홍윤희 이사장이 지난달 2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 앞서 서울역 안내판 앞에서 무의가 펼치는 ‘모두의 지하철’ 사업을 설명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홍윤기 기자
사단법인 ‘무의’를 이끄는 홍윤희 이사장이 지난달 2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 앞서 서울역 안내판 앞에서 무의가 펼치는 ‘모두의 지하철’ 사업을 설명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홍윤기 기자
2025-08-0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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