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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으로 여는 아침] 현혹의 유세와 로고스/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고전으로 여는 아침] 현혹의 유세와 로고스/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입력 2016-04-07 17:54
업데이트 2016-04-0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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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BC 384~322)는 말의 중요성을 일찍이 간파했다. 그가 ‘수사학’을 저술한 것도 그 때문이다. “말의 사용은 인간에게 육체의 사용보다도 더욱 고유하다.” 그렇기에 말은 자신을 선전하거나 변호하는 데 힘을 발휘하지만, “말의 모호한 능력을 부당하게 사용함으로써 엄청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원전 5세기에서 4세기경에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 민주주의가 만개하면서 아고라와 민회가 열리는 프닉스 언덕에서는 고발과 법안 제안이나 정견을 발표하는 말의 향연이 벌어졌다. 연설술을 가르치는 소피스트들이 대거 등장한 것도 말을 잘하고픈 사람들의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다. 말이 넘치다 보니 아리스토텔레스가 우려했던 대로 국가와 시민 생활에 ‘엄청난 해’를 끼치는 일도 빈발했다. 그릇된 정책 결정 역시 누군가의 선동적 연설에서 비롯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민들이 정치가들의 달콤한 연설술에 현혹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의 수사학은 올바른 말의 사용법, 설득적 연설술은 물론, 진실과 소피스트들의 궤변을 감별해 내는 기법을 담고 있다. 따라서 수사학은 타인을 효과적으로 설득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학문이었음에 틀림없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은 쌍방향 소통의 비결을 제시했다. 그는 연설의 설득력은 연설가의 역량 못지않게 청중의 정념과 기질, 감성의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파악했다. 그는 청중의 심리적 상황과 성격, 기질 같은 요소를 ‘아비투스’(habitus)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먹히는 연설’은 연설의 진실 여부를 떠나 청중의 아비투스의 허점에도 기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교활하고 음흉한 연설가는 청중의 이런 허점을 파고들어 거짓된 선동을 일삼는다. 넘치는 유세 연설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어떻게 식별해야 할까. 아리스토텔레스가 설득의 수단으로 든 세 요소, 즉 에토스(Ethos·품성), 파토스(Pathos·감성), 로고스(Logos·이성)를 거꾸로 연설자를 시험하는 도구로 쓸 수 있을 듯싶다.

말하는 사람의 과거 언사와 행동의 일치 여부로 인격과 품성을 가늠하라. 이로써 신뢰할 수 없는 사람, 경쟁자에 대해 근거 없는 험담과 분노를 감성적으로 쏟아내는 사람, 실현 가능성이 없는 장밋빛 공약(空約)을 남발하는 비이성적인 사람에게 설득당하지 말자. 연설의 설득력은 상호 간의 아비투스에 달렸다. 현혹의 유세 연설에서 진실과 거짓을 감별하는 국민들의 ‘로고스’가 빛을 발휘해야 할 때다.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kipeceo@gmail.com
2016-04-0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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