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희망을 노래하고 싶다/한준규 사회2부 차장

[데스크 시각] 희망을 노래하고 싶다/한준규 사회2부 차장

입력 2015-01-02 00:02
수정 2015-01-02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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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규 사회2부 차장
한준규 사회2부 차장
2014년 마지막 날 15살 아들과 마주 앉았다. “내년 희망이 뭐니?”라는 물음에 아들은 “일주일에 치킨 한 마리씩 먹고요. 하루에 두 시간씩 롤(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을 하는 거예요”라고 철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러곤 “아빤, 내년 희망이 뭐예요”라고 되물었다.

“글쎄….”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나에게 희망이 있는가, 아니 우리 사회의 희망이 남아 있나. 생각해도 언뜻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빤 우리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하는 거야”라는 옹색한 답으로 대화를 마쳤다.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와 통일대박을 내세우며 우리 사회의 기본을 바로 세우기 위해 적폐를 청산하고 과감한 개혁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우리 가슴에는 ‘그래 이제 희망이 생기겠구나’라는 믿음이 싹 텄다. 그렇게 한 해 두 해가 지났다. 2015년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정부의 성적표는 너무도 초라하기 짝이 없다.

‘오로지 시민’을 내세우며 출범한 박원순 2호도 좌충우돌하고 있다. 서울시인권조례를 두고 보수와 진보가 충돌했고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의 막말 파문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또 부실시공 논란에도 임시 개장한 제2롯데월드타워는 연일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잠실 일대를 중심으로 발견된 동공으로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연말 사회 리더들이 앞다퉈 달콤한 희망의 신년사를 내놨지만 어디를 둘러봐도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우리를 일으킬 희망의 끈은 보이지 않는다. 입시 위주의 교육과 수능출제 문제 오류 등으로 학생들은 우왕좌왕하고 88만원 세대로 명명된 청년들은 일자리를 못 찾아 헤매고 있다. 장년층은 고용 불안과 구조조정 한파에 떨고 있고 매일 오르는 물가에 가벼워진 시장 바구니를 보며 한숨 쉬고 있다. 노년층은 거리의 폐지를 주우며 하루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희망이 아니라 한숨만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국가가 국민을 보호한다는 최소한의 믿음마저 무너뜨렸던 세월호 참사와 경주마우나리조트 붕괴, 501 오룡호 침몰,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 등 크고 작은 참사가 이어졌다. 또 국가를 지키는 군에서는 납품 비리와 자살 사건이 이어졌다. ‘땅콩회항’ 사건으로 대표되는 ‘갑질의 횡포’도 여전했다.

하지만 책임지는 사람도, 뼈를 깎는 반성도 없었다. 과연 지금 대한민국 국민은 안전한가, 관피아는 사라졌는가, 민주주의와 정의는 뿌리를 내리고 있는가에 자신 있게 누가 답을 할 것인가.

이제 우리는 희망을 노래하고 싶다. 당리당략이 아니라 오늘의 양보와 타협이 미래 발전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정치권이 보여 줬으면 한다. 열심히 노력하고 땀 흘린 사람이 인정받고 대접받는 사회, 잘하지 못하거나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도 배려받는 사회를 희망한다. 누구나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사회, 반칙과 특혜에는 엄격한 페널티를 주는 사회를 꿈꾼다. 대기업만 살찌는 시장경제가 아니라 모든 국민이 먹을 수 있도록 파이를 최대한 키우고, 그 파이를 공정하게 나누는 ‘성장’과 ‘분배’가 조화를 이루는 그런 세상을 희망한다.

올해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대기업 등이 모두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만을 봤으면 한다. 정권 연장이나 이윤 창출의 극대화 등이 아니라 양보와 타협, 대화로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한 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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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0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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