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크레바스의 공포/박정현 경제부장

[데스크 시각] 크레바스의 공포/박정현 경제부장

입력 2012-03-09 00:00
수정 2012-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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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57세(1955~1963년생)의 베이비부머들에게는 퇴직 이후 연금을 받을 때까지 소득 공백기인 크레바스의 공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벌어놓은 돈보다 앞으로 쓸 돈이 많다. 노후 걱정에 월급을 쪼개 퇴직연금에 들었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1% 안팎이다. 초저금리 시대의 은행 이자만도 못하다. 물가를 생각하면 마이너스 수익도 한참이다. 이미 50대 후반의 석·박사들이 대형마트의 계산대 직원으로 지원하는 실정이다. 베이비부머 은퇴자가 더 나오면 이보다 더한 상황이 빚어질지 모른다. 노후불안에 떠는 베이비부머가 712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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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공보실장 박정현
총리 공보실장 박정현
베이비부머보다 은퇴시기를 더 많이 남겨둔 40대의 불안감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가까운 집안의 40대와 요즘 고민을 놓고 대화를 나눠봤다. 그의 대답이 매우 놀랍다. 자신은 부모 세대들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언제 그만둘지 몰라 불안하다고 한다. 이런 정도의 걱정은 어느 세대, 어느 직장인이나 갖고 있을 법하다. 그에게는 집이 없다. 결혼 1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전셋집을 떠돌고 있다. 결혼하고 전세 장만하면서 받은 은행 대출이 외환위기를 지나면서 그를 빚더미에 올려놨다. 이제는 빚을 정리해 어느 정도 살 만하다 싶지만 집을 살 엄두는 나지 않는다고 한다. 주변의 친구들이 하나 둘 직장을 그만두기 시작하면서 그도 언제 직장을 그만둘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고 한다.

이런 자신에 비해 60~70대의 부모들은 은퇴를 했으면서도 그런대로 먹고살 ‘무언가’를 갖고 있다고 한다. 모아둔 재산이 있거나 연금 생활자다. 이도 저도 아니면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한 역모기지론(연금주택)으로 한달에 일정한 생활비를 충당한다. 2007년 도입된 역모기지론 가입자가 7200명을 넘어섰고, 한달 평균 250건이던 상담건수가 지난달에는 950건으로 급증했다고 한다.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면 앞으로 연금주택 가입자는 더 늘어날 기세다.

따지고 보면 주변에 이와 비슷한 40대는 적지 않다. 참여정부 시절, 집값 잡겠다며 굵직한 부동산 대책을 12차례나 쏟아냈지만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올랐다. ‘강남불패’는 영원한 진리일 줄 알았다. 그래서 일부는 이런 불안감에 빚 내서 집을 장만했고, 이명박 정부 들어 집값은 곤두박질했다. 지금은 아파트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거래가격이 실종상태라고 한다. 여기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뉴타운 출구전략이 가세하면서 집값 하락세는 가속화되는 모양이다. 월급 받아 꼬박꼬박 빚 갚는 40대 직장인들의 바람은 제발 은행 이자가 오르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어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9개월째 동결했다.

베이비부머들이 주로 가입하고 있는 퇴직연금의 문제점은 제도 도입이 검토되던 2004년에 이미 국회에서 다뤄졌다. 주식시장의 불안정에 따른 원금 상실과 금융시장의 과열경쟁을 우려한 이가 배일도·단병호 의원이다. 고용노동부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퇴직연금은 지금 과당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장래는 다분히 주식시장에 달려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퇴직연금의 대책은 고용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금융문제로 다뤄져야 하는데도 정부 차원의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베이비부머와 달리 박탈감과 불안감을 느끼는 40대가 820만명이다. 2010년 통계청의 총인구조사결과에 따르면 20대 659만명, 30대 729만명, 50대 656만명, 60대 393만명, 70대 164만명, 80대가 96만명이다. 100세 이상은 1835명이다. 이 정도면 최대 유권자군(群)인 40대를 겨냥한 선거 구호가 나올 법한데, 정치권은 조용하다.

정치권에서는 총선 공천을 하느라 부산하다. 정치 불신과 정당 불신을 뛰어넘으려고 새 인물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다지 참신해 보이지는 않는다. 잡음만 끊이지 않는다. 베이비부머와 40대의 아픔을 달래줄 상징적인 정책과 인물 내놓는 정당 어디 없을까.

jh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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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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