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환칼럼] 품격 있는 정부를 위해

[최태환칼럼] 품격 있는 정부를 위해

입력 2008-01-03 00:00
수정 2008-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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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환 논설실장
최태환 논설실장
다시 새해다. 혹한이 매섭다. 하지만 새해맞이는 너나없이 각별하다. 지난 연말 갈채가 환청처럼 들린다. 선거는 역시 선거였다. 많은 국민들은 폭죽 같은 열기를 쏟아냈다. 모처럼 환호작약했다.386의 위세에 가위눌렸던 40·50대의 표심은 2002년 대선의 ‘노사모’를 연상케 했다. 국민들은 지금 승자의 레토릭에 취해 있다. 패자의 목소리는 승자를 향한 축배의 노래에 묻혔다. 장밋빛 소망이, 미래가 넘친다. 겨울밤 동화처럼 다가오는 서울시청 광장의 루체비스타 만큼 현란하다.

새해는 진정 희망의 해가 될까.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다. 희망을 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5년 동안 똑같은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겠다.”고 했다. 초심의 약속이다. 국민들로서는 고마운 일이다. 약속대로라면 새 대통령은 “대통령 못해먹겠다.”며 국민을 꾸짖지 않을 것 같다. 권력 측근들이 “국민이 정권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며 타박하는 일도 없지 않을까 싶다.

10년만의 정권교체다. 많은 사람들이 들떠 있다. 국민의 80%가 이명박 정권의 성공을 예상했다. 노무현 정권 피로감에서 해방된 듯하다. 새로 만날 정권과 국민의 덕담이 새삼 살갑다. 하지만 덕담은 덕담이다. 새 정권 현안은 산더미다. 경제는 세계적으로 올해가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북핵은 새해 벽두부터 꼬이고 있다. 부동산, 교육개혁, 공공개혁, 국책사업 바로잡기 등 현안 역시 혹독한 교정비용 지불을 기다리고 있다.

말만으로 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새 정권의 성과 지표는 더디고, 미미할 수 있다. 앞선 정권의 반대 방향 컨셉트와 역모드로 세몰이하는 것으로 인기를 끌던 시대는 지났다. 정권 주변의 부박한 말의 화살 때문에 상처받는 일이 줄었다 해서, 삶의 질이 나아지진 않는다. 환상으로 경제가 회복되고, 교육환경이 나아질 수는 없다. 실용정권이 새로운 포퓰리즘, 지향성 없는 널뛰기로 흐른다면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뿐이다. 기대 과잉은 허무함만 남긴다. 국민 마음을 더욱 피폐하게 할지 모른다.

선진화가 새 정권의 화두다. 산업화·민주화가 물질적·절차적 진보였다면, 선진화는 의식의 진보가 뒷받침돼야 성공할 수 있다. 자신을 속이고 남도 속이는 ‘자기기인’(自欺欺人)의 집단최면으론 선진화에 다가가기 어렵다. 이 당선인은 법과 원칙을 강조했다. 떼법, 정서법의 추방을 제시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정부가 먼저다. 불법·폭력시위가 일상화되고, 집단이기가 난무하는 ‘나밖에 모르는 사회’에서 선진화는 구두선에 불과하다. 집단·사회·정부에 떼쓰는 국민, 그리고 눈가림·감언이설로 국민을 달래고 현혹하는 정부는 미래가 없다. 또 다른 위선만 양산할 뿐이다.

이제 정부와 국민이 같이 가야 한다. 정부가 원칙을 잃고, 집단이 금도를 잃으면, 국민도 흔들린다. 진정한 선진화를 지향한다면 정부나 국민이 반듯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앞서야 한다. 국민 몫 역시 중요하다. 정권·정부에 주문하기에 앞서, 국민 개개인이 자신을 먼저 살펴보는 새 해가 됐으면 한다. 품위있는 국민이 반듯한 정권, 품위있는 나라를 만든다. 이명박 당선인은 “5년이 금방 간다는 것을 잘 안다.”고 했다. 괜히 폼 잡다 망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항심을 기대한다. 임기 말에 이르러 정권과 국민이 서로 손가락질하는 민망한 풍경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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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2008-01-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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