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재외동포 두개의 투표권 딜레마/김균미 워싱턴특파원

[특파원 칼럼] 재외동포 두개의 투표권 딜레마/김균미 워싱턴특파원

입력 2010-01-16 00:00
수정 2010-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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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균미 국제부장
김균미 국제부장
새해 벽두부터 미국 내 한인사회가 들썩거리고 있다. 오는 2012년부터 재외국민들에게 참정권이 부여돼 국회의원 비례대표와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할 수 있게 됐다는 기대감과 함께 공관투표만을 허용하는 현행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높다.

각종 한인단체들은 신년하례회나 모임 등을 통해 어렵게 얻어낸 참정권을 통해 국내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힘을 모을 것을 다짐하고 있다. 며칠 전 LA총영사관 앞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미주동포참정권실천연합회와 미주한인회총연합회, LA한인회 등이 모여 재외국민투표법 개정을 촉구하는 우편투표 실시와 비례대표 5석을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워싱턴에서는 지난 9일 미주수도권 한인공명선거 감시관리연합회가 발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워싱턴을 방문한 이윤성 국회부의장은 13일 한인 단체 대표 40여명과 만나 재외국민 투표권과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한인 대표들은 제한된 투표장소와 방법 등 불합리한 점들을 지적하며 보완을 요구했다.

미국 이민 107년을 맞아 미국 주류사회 진출을 확대하고 차세대 지도자들을 양성하기 위한 한인사회의 체계적인 노력과 지원방안을 모색하는 목소리가 높다. 단순한 한인 정치인의 배출이 아닌, 미국 사회의 건강한 시민으로 키우기 위한 노력과 한인들의 투표 참여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들도 제시됐다. 이를 위해 한인들의 시민권 취득 운동을 벌여 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예외없이 나왔다.

현재 미국 한인 사회는 두 개의 투표권을 놓고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민 역사 107년에 단 한 명의 연방 하원의원만 배출한 상황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 들어 한인 1.5세나 2세들의 행정부 진출이 늘어나면서 한인 사회는 한껏 고무돼 있다. 지난해 선거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버지니아주 하원의원에 마크 김이 당선된 뒤 여세를 몰아 제2, 제3의 마크 김을 배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재외국민 투표권 개정 요구에 묻히는 듯해 안타깝다. 미국 사회에 뿌리내리고, 미국 사회에서의 역할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날로 높아지는 한국 정치에 대한 관심은 역설적이기도 하다.

한국의 선거에 관심이 높은 계층은 아무래도 이민 1세대들이다.반면 1.5세나 2세 이상은 미국 정치 참여에 훨씬 관심이 높다. 세대별로 정치와 사회참여의 대상이 확연하게 갈린다.

영주권을 갖고 있는 한인들은 과연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미국 사회 참여를 할지, 아니면 떠나온 고국의 돌아가는 상황에 관심을 갖고 참정권을 유지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떠나온 고국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인지상정인 측면도 있고,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재외국민 투표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 국내 정치인들의 미국 방문이 빈번해지고 있다.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승부가 50만표 내외 차이로 갈리면서 700여만 재외동포 가운데 투표권을 가진 287만여명의 표심이 중대한 변수로 부상하면서 미주 한인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인 셈이다. 비례대표 의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각당이 판세를 고려한 ‘전략적인 결정’을 할 것이 명확해지면서 한인회나 각종 단체장 자리를 놓고 과열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높다. 4년마다 부는 한국의 과열 선거바람이 미국을 비롯해 재외동포들이 많은 곳에까지 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거의 매년 선거바람이 분다. 2년마다 실시되는 연방 상하원선거와 주의회, 지방선거 등 한인들의 한 표 권리 행사가 절실하다. 오는 11월에도 중간선거가 치러진다. 한국의 재외국민 투표제도가 안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인 연방 하원의원, 상원의원과 주지사를 한 명이라도 더 빨리 배출하는 것이 미국에 사는 한인들의 진정한 권익 보호를 위해 더 시급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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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kim@seoul.co.kr
2010-01-1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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