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주쿠의 ‘코리아 타운’에 나갔을 때다. 길거리에서 유독 북적대는 곳이 눈에 띄어 발길을 멈춰 기웃거린 적이 있다. 다름아닌 한류 상품전문점이었다. 쇼핑을 나온 듯한 ‘주부’들, 즉 ‘한류 마니아’들이 삼삼오오 모여 한국 연예인 사진이 든 엽서나 브로마이드를 고르면서 마냥 즐거워했다.30명은 족히 됐다. 대체로 40대로 보였지만 30대도 60대도 끼어있는 것 같아 연령층을 가늠해보는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한류의 한 단면이다.
일본 생활 3개월째인 새내기로서 한류의 체험은 분명 뒤늦었지만 신선한 충격임에는 틀림없다. 주변에서 한국말을 배우고 싶어하거나 한국에 관심을 표하는 일본 사람들을 만나기란 어렵지 않다. 실제 일본의 저변에 한류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흐뭇하고도 뿌듯하다.
일본에서의 한류는 한때 대단했다. 매스컴에서 한동안 한류와 관련된 보도가 빠질 때가 없었다. 정말 ‘열풍’이었다. 한류는 2004년 NHK에서 드라마 ‘겨울연가’가 방영되면서 본격화됐다.‘겨울연가’는 대히트했고, 한류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당시 일본의 사회적 정서와 맞아떨어졌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일에 묻혀 가정을 소홀히 하는 남편들과 세태를 좇는 자녀들에게 얽매였던 주부들은 가정적이고 자상한 새로운 이상형의 주인공들을 ‘발견’했다. 잃어버린 자신과 잊었던 추억을 되찾게 했다. 그리고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요즘 일본의 TV에 방영되는 드라마는 지상파 10편, 위성파 15편이나 된다. 국내 드라마는 거의 일본에서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맞을 것 같다. 서점이나 비디오 대여점에는 별도의 한류 코너가 마련돼 있을 정도이다.6월부터 8월까지 도쿄에서 예정된 ‘한류’가수들의 콘서트와 팬미팅이 15건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를 중심으로 시작됐지만 한류 영역은 연예계의 전반으로, 나아가 한국의 멋과 맛으로 요약되는 전통 문화로까지 확산됐다.
그런데 최근 심심찮게 “한류는 끝났다.”,“한류는 한물갔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변에서도 마찬가지다. 매스컴의 한류에 대한 관심도 한류 마니아들의 열광도 예전과 같지 않은 데서 나온 법한 얘기다. 좀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상품으로서의 기능이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일 게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무분별한 한류의 ‘한탕주의’식 이벤트도 열기를 식히는 데 한몫하고 있다. 자칭 한류 마니아라고 자신있게 밝힌 한 일본인 주부의 “팬 미팅이다 콘서트다 해서 1만∼1만 5000엔씩이나 하는 S석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요즘의 일부 이벤트는 너무 형식에만 치우친 데다 식상하다.”는 말에 낯이 뜨겁다. 마치 자신들이 돈벌이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는 주장이다.
한류를 노력없이 늘 정점에 머물게 할 수는 없다. 내리막길에 들어설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한창 붐일 때와 비교해 굳이 깎아내리거나 부정적으로 해석할 것만은 아니다. 한류의 지평은 넓어진 데다 20만∼25만명에 이르는 마니아처럼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한류를 타는 일본인들이 훨씬 많아졌다고 여기지는 까닭에서다.
한류는 한국의 것을 보다 더 깊게 보고 느끼게 하는 쪽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팬 관리 차원에서 진실된 감동을 선사해야 한다. 다가오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찾아가는 봉사의 마음과 자세도 필요하다. 눈앞의 이익만 챙기려든다면 상품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자칫 흘러가는 유행으로 막을 내릴 수도 있다. 지금껏 닦아놓은 기반을 차근차근 다져 나가야 한다. 물론 한국의 멋과 맛이 어우러진 경쟁력 있는 다양한 콘텐츠의 개발은 필수다. 한류의 단초가 그다지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다면 이제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한국을 느끼고 체험하게 하는 ‘Feel Korea’로 한층 승화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홍기 도쿄 특파원 hkpark@seoul.co.kr
일본 생활 3개월째인 새내기로서 한류의 체험은 분명 뒤늦었지만 신선한 충격임에는 틀림없다. 주변에서 한국말을 배우고 싶어하거나 한국에 관심을 표하는 일본 사람들을 만나기란 어렵지 않다. 실제 일본의 저변에 한류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흐뭇하고도 뿌듯하다.
일본에서의 한류는 한때 대단했다. 매스컴에서 한동안 한류와 관련된 보도가 빠질 때가 없었다. 정말 ‘열풍’이었다. 한류는 2004년 NHK에서 드라마 ‘겨울연가’가 방영되면서 본격화됐다.‘겨울연가’는 대히트했고, 한류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당시 일본의 사회적 정서와 맞아떨어졌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일에 묻혀 가정을 소홀히 하는 남편들과 세태를 좇는 자녀들에게 얽매였던 주부들은 가정적이고 자상한 새로운 이상형의 주인공들을 ‘발견’했다. 잃어버린 자신과 잊었던 추억을 되찾게 했다. 그리고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요즘 일본의 TV에 방영되는 드라마는 지상파 10편, 위성파 15편이나 된다. 국내 드라마는 거의 일본에서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맞을 것 같다. 서점이나 비디오 대여점에는 별도의 한류 코너가 마련돼 있을 정도이다.6월부터 8월까지 도쿄에서 예정된 ‘한류’가수들의 콘서트와 팬미팅이 15건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를 중심으로 시작됐지만 한류 영역은 연예계의 전반으로, 나아가 한국의 멋과 맛으로 요약되는 전통 문화로까지 확산됐다.
그런데 최근 심심찮게 “한류는 끝났다.”,“한류는 한물갔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변에서도 마찬가지다. 매스컴의 한류에 대한 관심도 한류 마니아들의 열광도 예전과 같지 않은 데서 나온 법한 얘기다. 좀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상품으로서의 기능이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일 게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무분별한 한류의 ‘한탕주의’식 이벤트도 열기를 식히는 데 한몫하고 있다. 자칭 한류 마니아라고 자신있게 밝힌 한 일본인 주부의 “팬 미팅이다 콘서트다 해서 1만∼1만 5000엔씩이나 하는 S석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요즘의 일부 이벤트는 너무 형식에만 치우친 데다 식상하다.”는 말에 낯이 뜨겁다. 마치 자신들이 돈벌이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는 주장이다.
한류를 노력없이 늘 정점에 머물게 할 수는 없다. 내리막길에 들어설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한창 붐일 때와 비교해 굳이 깎아내리거나 부정적으로 해석할 것만은 아니다. 한류의 지평은 넓어진 데다 20만∼25만명에 이르는 마니아처럼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한류를 타는 일본인들이 훨씬 많아졌다고 여기지는 까닭에서다.
한류는 한국의 것을 보다 더 깊게 보고 느끼게 하는 쪽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팬 관리 차원에서 진실된 감동을 선사해야 한다. 다가오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찾아가는 봉사의 마음과 자세도 필요하다. 눈앞의 이익만 챙기려든다면 상품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자칫 흘러가는 유행으로 막을 내릴 수도 있다. 지금껏 닦아놓은 기반을 차근차근 다져 나가야 한다. 물론 한국의 멋과 맛이 어우러진 경쟁력 있는 다양한 콘텐츠의 개발은 필수다. 한류의 단초가 그다지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다면 이제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한국을 느끼고 체험하게 하는 ‘Feel Korea’로 한층 승화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홍기 도쿄 특파원 hkpark@seoul.co.kr
2007-06-23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