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사이버망명’ 권하는 사회/심영섭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

[옴부즈맨 칼럼] ‘사이버망명’ 권하는 사회/심영섭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

입력 2014-10-08 00:00
수정 2014-10-08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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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메신저’로 불리기까지 한 카카오톡을 애용하던 이용자들이 벌써 100만명가량 독일에 서버를 둔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옮겨가는 국외탈출이 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어섰다고 주장한 직후인 지난 9월 18일 검찰이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을 도입하면서부터 불거졌다. 검찰은 관련 대책회의에 다음카카오와 네이버, SK컴즈(네이트)의 관계자를 참석시켰다. 또한 세월호 관련 집회 주최자의 메신저를 압수수색하면서 3000여명의 개인정보까지 가져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에 의한 심각한 사생활 침해가 한국 민주주의의 퇴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10월 4일 문소영 칼럼).

심영섭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
심영섭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
이와 관련해 서울신문은 지난 10월 3일자에서 “나도 모르게 카톡 단체방 수사…사이버 사찰 공포 확산”이라는 제목으로 사이버검열 의혹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현재 검찰 수사는 개인 메신저의 상시감시는 아니지만, 고소·고발사건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하는 것이며, 대통령을 모욕하면 공연성이 인정될 경우 처벌대상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피의자의 카카오톡 단체방에 단순히 참여했더라도 사이버 명예훼손 시 별도의 영장을 발부받아 처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카카오톡이 7일간의 대화내용만 보관하고 있어서, 압수수색이 가능한 것은 7일간의 대화내용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기사에서 누락된 내용이다.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7일간만 보관되지만 이용자가 언제, 누구와, 어떤 형태로 대화를 나누었는지는 3개월간 보관되기 때문에 검찰이 피의자의 사회적관계망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를 할 수 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카카오톡 이용자의 고유 식별번호를 알 수 있어, 기술적으로 영장을 발부받아 도·감청이 가능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공포는 위기를 낳는다. 아날로그 방식의 섣부른 검찰수사와 다음카카오 대표의 안일한 대응이 이용자의 ‘사이버망명’을 권하는 셈이다.

검·경의 맞춤형 수사는 언론이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문제점이다. 일례로 검찰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공무원인 유우성씨에 대한 간첩의혹 사건을 제기했지만, 증거조작 사실이 드러나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 ‘헛발질’(9월 6일자)을 했다. 세월호 유족이 관련된 대리기사 폭행사건 수사과정에서 검찰내규에서 정한 공동상해 사건 규정까지 무시하면서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에서 기각당하는 수모도 당했다(10월 4일자 사설). 여기에 메신저에 대한 사이버사찰 강화로 ‘정치검찰’이라는 오명까지 쓰게 됐다.

‘도를 넘어선 압수수색’은 개인의 사생활 침해라는 1차적 문제도 있지만, 국내 IT기업에 경영압박을 주는 2차적 문제도 파생시켰다. 검찰뿐 아니라 행정·입법부는 기관 편의를 위해 민간기업의 대표와 실무자를 아무 때나 소환해 진술을 받는 관행을 당연시한다. 권위주의 국가에서 볼 수 있는 후진적 행정의 전형적 병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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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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