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새 정부 출범 때마다 인사가 발표되고 나면 늘 질책의 소리가 높다. 국민들은 지도층에 대한 만성 불신 증세를 보이고, 그에 따른 국가적 에너지 낭비도 만만찮다. 하지만 정작 성공적인 인사를 위한 요건과 기준에 대한 토론은 드물다. ‘실패 인사’로부터의 학습이 없는 탓에 수정·보완 없이 매번 양은냄비처럼 끓기만 한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언론에서 지금 해야 할 일은 사후에라도 약방문을 처방하는 것이고, 소를 잃고서라도 외양간을 고쳐 다음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다.
첫째, 차제에 인사 관련 보도에서 언론에 주문하고 싶은 것은 인사의 기준과 원칙에 대한 국민여론 수렴이다. 국민의 시각에서 ‘허용과 불용’의 기준과 수위를 어떻게 정할지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여론의 총론을 담은 묵직한 훈수를 요구하는 것이다. 청와대 인사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총론적 문제뿐 아니라 각론적 기준 제시도 필요하다. 국정의 엔진인 공직자가 갖추어야 할 포지티브 요건은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을 것이다. 적어도 공직자 인사 요건에서 ‘피해야 할’ 네거티브 요소는 무엇인지 앞으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둘째, 시대성의 반영이다.?최근 언론에서 박근혜 정부 인사 스타일에서 비판받은 것은 정권 출범기에 약속한 원칙, 탕평성의 파기다. 그러나 한 꺼풀 벗겨서 근본적으로 생각해보자. 탕평책은 조선조 21대 영조가 당쟁을 없애기 위해 쓴 정책이다.?과연 지역 안배 등의 탕평책은 ‘지구가 평평하다’며 국경까지 무너지는 21세기에 지고지선의 명제인가. 능력과 지역 안배가 충돌할 때 어떤 것을 우선순위로 삼아야 하는가. 김종훈 장관 후보자의 국적문제, 황철주 청장 내정자의 백지신탁 문제 등 외부 인사 영입 시 고려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해서도 숙의가 필요하다.
셋째, 전문성이다. 장차관, 공공기관장에게 전문성이란 단지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나 근무경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리더의 평가 요소에는 실행력·소통력·전문적 역량 외에 적합성이 포함돼 있다. 때문에 전문성에 대한 포괄적 논의가 요구되는 것이다. 예컨대 전략·조직문화·도덕·산업 등의 적합성도 따져야 한다. 1990년대 어려움에 처한 IBM을 회생시킨 최고경영자(CEO) 루 거스트너는 컴퓨터 하드웨어 회사는 고사하고 첨단 기술분야의 기업을 경영해 본 경험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사업 개편, 자산 매각 등을 효율적으로 수행한 전술적 적합성이 맞아 선택됐고 결국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공직자 후보 및 내정자들의 잇따른 중도 하차를 보며, 언론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필요한 공직자 인사의 요건을 제시하는‘사후약방문’이라도 처방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2013-03-20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