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기사는 과학이다/임종섭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옴부즈맨 칼럼] 기사는 과학이다/임종섭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입력 2011-04-27 00:00
수정 2011-04-27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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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기자들의 기사 쓰기에 대해 생각해 본다. 4월 20일 자 서울신문은 총 32면을 발행했다. 사설과 칼럼의 30면과 31면, 전면광고가 실린 32면을 제외한 1면부터 29면까지 정치, 경제, 공공정책, 국제, 문화, 스포츠 등 다양한 소재의 기사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사진과 표, 그림 등이 기사에 적절하게 가미되어 다양함을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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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섭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임종섭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그러나 기자가 실제 자료를 직접 분석해 쓴 기사는 드물었다. 금융감독원, 경기도, 증권예탁결제원 등 자료를 제공하는 곳에서 분석한 내용을 그대로 쓰거나 편집한 경우가 많았다. 취재기자 입장에서 자료출처를 인용하고 나서 받은 표나 분석내용을 쓰는 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할 수 있다. 이 자체에 문제는 없다지만 자료출처에 의존하는 수동적인 자세는 개선해야 한다.

기자들이 비판적 관점에서 실제 자료를 꼼꼼하게 조사하지 않고 출입처의 분석에만 의존하면 기사의 엄밀성이 떨어진다. 마감시간 때문에 취재기자가 실제 자료내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으면 기사 방향과 내용이 분석을 제공한 측의 입장대로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료에 담긴 풍부한 기삿거리들이 조명을 받지 못한 채 묻힐 수도 있다.

실제 자료를 분석하고 기사를 쓸 여력이 안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자료분석이 갖는 장점과 독자에게 돌아갈 혜택을 모르는 얘기이다.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수집된 자료는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 이를 다루는 사람의 역량에 따라 양질의 기사가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 도심교량의 보수관리 자료를 분석해 다리의 안전성을 진단하는 내용은 좋은 기사가 될 것이다.

다소 낯설겠지만 ‘정밀 저널리즘’(precision journalism)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기자들이 자료를 분석해서 이를 토대로 기사를 쓰는 방식으로 미국 언론학자인 필립 마이어 교수가 제안했다. 과학 저널리즘으로도 불리는 이 방식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핵심은 기자들이 사회과학의 분석기법을 알고 이를 기사제작에 활용하는 것이다. 평균값, 퍼센트, 상관관계 등 통계기법과 설문조사, 심층인터뷰 등 사회과학의 체계적인 방법을 자료의 분석과 수집에 이용하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기자들이 이 사회과학적 방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한다. 가령 검색이나 빈도수 세기, 2개 자료 비교, 평균값 비교 등으로 자료에 ‘숨겨진 사실’을 찾아내 기사화할 수 있다. 마이어 교수에 따르면, 취재기자가 주 고위공무원 자녀들에게 시중금리보다 낮은 이자율로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이 이루어졌다는 고발기사를 썼다. 이 사실은 기자가 직접 주택담보대출이용자 자료를 이자율을 기준으로 검색해 찾아낸 것이다. 이 내용은 금융기관의 보도자료에서는 찾기 어렵다. 다른 사례로 미국의 주 검찰총장이 자신의 치적으로 재직기간에 강력범죄에 대한 기소율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담당기자가 강력범죄 기소자료에서 기소율을 계산해 보니 주장과는 달리 기소율이 매우 낮다는 점을 발견해 이를 기사화했다.

기자로 수년간 일하다 보면 내적으로 무엇이 채워지기보다는 고갈되는 경험을 한다는 기자들이 많다. 이 때문에 기자들의 재교육이 필요하다. 필자는 기본적인 사회과학 분석기법을 틈나는 대로 공부하는 것도 재교육의 하나라고 본다. 기자 자신이 객관적인 분석기법으로 자료를 들여다보고 이를 바탕으로 기사를 쓴다면 생생한 기사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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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 저널리즘의 핵심은 자료에 대한 기자의 습관을 바꾸는 일이어서 내적 거부감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개인의 버릇도 고치기 어려운데 말이다. 그러나 기자는 사기업을 위해 일하는 회사원이라기보다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일하는 언론인이다. 많은 신문기사가 자료를 근거로 쓰이는 만큼, 좋은 자료를 수집해 이를 들여다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주일에 기사 하나라도 자료를 조사하고 분석해 써 보면 어떨까. 이를 반기는 이는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2011-04-2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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