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장보고의 미소/김영민 한진해운 사장

[CEO 칼럼]장보고의 미소/김영민 한진해운 사장

입력 2010-04-05 00:00
수정 2010-04-05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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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영업이 많은 해운회사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보니 하늘에서 바다를 내려다볼 기회를 자주 갖는다. 망망대해와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항만터미널 앞에서 바라보는 넓은 바다는 지금도 나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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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한진해운 대표
김영민 한진해운 대표
누구나 힘이 들거나 고민이 있을 때 넓은 바다에서 위로를 받거나, 수평선 너머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소망을 비는 것을 한 번쯤 경험해 보았으리라 생각한다. 젊은 시절 바닷바람을 맞으며 꿈을 키운 추억 한 조각씩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우리들이 이렇게 희망과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는 바다를 옛 선조들은 이상을 실현하는 무대로 삼았다. 바로 해상왕 장보고가 대표적이다.

장보고는 해적을 소탕해 해상을 안정시킨 후 한·중·일 항로의 중심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여 중계무역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창출했다. 또 삼국 무역에 만족하지 않고 강력한 해상선단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이슬람까지 활동무대를 넓혔다. 덕분에 신라의 평민도 서역물품을 즐길 정도로 국가를 부유하게 만들었다. 그는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글로벌 해운인’이었다.

오늘날 해운업은 글로벌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세계 교역물량의 90% 이상을 수송하는 본연의 역할뿐만 아니라 조선·금융·항만 및 해상보험 등 전후방 관련 산업의 연계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고용창출 측면에서도 해운산업은 여느 다른 산업에 비해 연관효과가 광범위하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이러한 해운산업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에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자국 해운산업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독일 의회는 최대 해운회사인 하팍로이드에 12억유로 규모의 정부보증을 승인했고, 덴마크수출은행은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에 5억 2000만달러 규모의 신조선 금융을 지원했다.

타이완 정부는 해운사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타이완 무역자유지대 선정 및 세금 혜택을 강화하고 항만관리 정부기관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정부도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선박펀드를 설립하는 등 금융지원을 통해 어려운 해운 시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주고 있다.

전통적 해운강국들이 해운산업에 대한 신속 지원을 발표하고, 해운업 살리기에 힘을 쏟는 이유는 외화획득에 대한 공헌뿐만 아니라 해운업이 국가산업 경쟁력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운산업은 자동차, 정보기술(IT) 등과 더불어 5대 외화가득산업으로 꼽힌다. 또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발전용 석탄에서부터 원유, 철강원료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원자재를 해외에서 들여와 이를 가공, 상품화해 해외로 수출하는 것을 국가경제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무역이 아니고서는 이만큼 국가경제를 반석 위에 올려놓을 수도 없는 것이다. 이 과정의 처음과 마지막 단계인 원자재와 수출입화물의 운송을 해운산업이 책임지고 있으니 해운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할 것이다.

한국 해운산업은 건국 초창기에 국민 생존 물자의 수송에 나섰고, 한국전쟁기에는 국가 안보의 수호자로서 기여했다. 또한 수출 한국시대에는 수출원자재와 우리 상품을 세계로 이어주는 교량역할을 수행하였으며, 글로벌 물류 기업으로 발전한 오늘날에는 한국을 세계 6위의 해운강국으로 성장시켰다. 바다를 지배해 세계를 경영하고자 했던 장보고 장군이 한국해운의 발전한 모습을 본다면 아마 흐믓한 미소를 짓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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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길이다. 우리는 바다와 바다를 잇고 대륙과 대륙을 연결하며 세계의 길을 누비고 있다. 길을 따라 화물을 실어나르는 일을 넘어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공유하는 해운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모든 사람들의 관심과 지원을 기대해 본다.
2010-04-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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