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첩보영화를 보는 듯한 증거조작 사건/박성국 사회부 기자

[지금&여기] 첩보영화를 보는 듯한 증거조작 사건/박성국 사회부 기자

입력 2014-03-22 00:00
수정 2014-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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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국 사회부 기자
박성국 사회부 기자
“야 그래서 그 사람은 간첩인 거냐, 국가정보원이 만든 거냐. 어째 신문마다 말이 다 다르냐.”

지난주 금요일 아내에게 허락을 받았다며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를 함께한 고향 친구가 꺼낸 말이다. 기자 친구를 만나니 궁금한 게 꽤 많았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런 궁금증은 앞선 출입처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출입처가 국가정보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증거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기 때문에 사건의 실체를 알고 있을 것이라는 맞춤형 질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의 공통된 물음은 더 있다. “기사로 쓰지 못하는 진실은 뭐냐.”

사건은 하나인데 이를 전하는 언론과 정치권의 태도가 너무도 달라 혼란스럽다는 지적이다. “언론도, 검찰도, 국정원도 믿을 수 없는데 우리끼리 거짓말할 이유는 없지 않으냐”던 친구의 취기 섞인 말에 한편으로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부끄럽게도 나의 무능 탓도 있겠지만 아직은 누구도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알지 못한다. 언론의 생명이라고 말하는 ‘팩트’만 간단히 나열하자면 이렇다.

화교출신 탈북자로 알려진 유우성(34)씨가 국내 유명 대학을 졸업한 뒤 서울시 공무원에 특별채용됐다. 이후 국정원과 검찰은 유씨가 북한에 탈북자 정보를 넘긴 간첩이었다며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유씨가 간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과정에서 검찰은 유씨의 간첩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라며 중국 공안 당국의 서류를 제출했다. 하지만 중국 대사관은 해당 서류가 위조됐다고 밝혔다.

이후 이 사건은 국정원 ‘화이트 요원’(공개된 신분으로 활동하는 정보요원), ‘블랙 요원’(신분을 숨기고 활동하는 정보요원) 등장에 협력자의 자살시도와 ‘다잉 메시지’ 등이 등장하며 한 편의 첩보영화 시나리오처럼 전개되고 있다. 유씨는 영문도 모른 채 간첩으로 몰렸다는 입장이고, 검찰은 국정원에 속았다는 반응이다. 또 국정원 협력자는 국정원의 지시에 따랐다고 하지만 국정원은 협력자에게 속았다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결국 검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부 언론들과 정치권은 같은 사안을 두고 제 입맛에 따라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팩트’도 없이 근거 없는 주장을 나열하며 국민의 불안과 분열을 조장하는 사람들이 공안사범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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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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