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책의 힘으로/사사가세 유지 도쿄신문 서울지국장

[글로벌 시대] 책의 힘으로/사사가세 유지 도쿄신문 서울지국장

입력 2013-10-14 00:00
수정 2013-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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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가세 유지 도쿄신문 서울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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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살아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서울시 관악구. 압구정처럼 멋진 가게가 줄지어 있는 것도 아니고 (실례!), 광화문에 있는 회사로 통근하는 데 편하지도 않지만, 이 동네에서는 책과 도서관의 힘으로 풍부한 인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동네의 여기저기에 독특한 도서관이 있다. 골목 안쪽의 빌딩 2층에 있는 도서관 ‘책이랑 놀이랑’. 그 안에는 아이들의 힘찬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열람실에 놀이 도구가 있다. 방문했을 때는 엄마와 아이가 신문지를 이용해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아이도 엄마도 웃는 얼굴이 빛나고 있었다. 놀이 시간이 끝나면 책을 읽거나 빌려 간다고 한다. 입구에는 유모차가 몇 대 세워져 있었다. 아이들은 여기에 타고 엄마와 책 이야기를 하면서 돌아가는 것일까. 놀다가 지쳐서 그림책을 끌어안고 잠들어 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랑스러운 모습들이 떠오른다.

관악 문화관·도서관 1층에 있는 취직정보센터인 ‘잡 오아시스’에는 취직 정보와 관련한 도서들이 마련돼 있다. 체육센터 안이나 숲속에도 도서관이 있다. 2010년에 관악구 내에 5개였던 도서관이 무인 도서관까지 포함해 29개까지 늘었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도서관을’이라는 목표에 따라 내년 중에는 40여개가 될 예정이라고 한다. 어르신들의 자서전 제작 지원도 하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존중하고, 지식이나 경험을 후세에 전하는 것을 돕고 있다고 한다.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젊은 시절 읽은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의 한 구절이 지금까지도 마음에 남아 있다고 한다. ‘새는 알을 깨고 태어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도서관에 대한 기존 개념을 깨고, 새로운 발상의 도서관을 태어나게 한다. ‘인터넷 시대야말로 깊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 책의 힘으로 구민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고자 한다. 구청장과 직원들의 이런 모습은 마치 이야기책 속의 등장인물들 같다.

구청장의 이야기 중에는 미우라 아야코나 무라카미 하루키 등 일본 작가의 이름이나 작품들도 연이어 나오곤 했는데, 구청장뿐만 아니라 일본의 소설을 잘 알고 있는 한국인 지인이나 친구들이 적지 않다. 내가 열심히 읽었던 ‘료마가 간다’ 같은 장편소설도 독파해 함께 감상을 이야기하며 의기투합한 적도 있다.

내 경우는 어떤가. 일 때문에 신문이나 시사 잡지는 읽지만 소설을 읽기에는 한국어 실력이 부족하다. 일본어로 번역된 소설이라도 3년 전쯤에 한수산씨의 ‘까마귀’를 읽은 정도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계절은 가을, 독서의 계절이다. 두꺼운 책은 무리지만, 시에 도전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주말에 ‘관악산 시 도서관’에 가 보았다. 여기도 폐쇄된 입산 티켓 판매소를 개조한 독특한 도서관들 중 하나다. 도전의 결과는 참패. 도서관은 아늑했지만, 단어의 의미가 함축된 시는 소설 이상으로 어려웠기 때문에 부랴부랴 밖으로 나와 버렸다.

이제 곧 한국 근무를 끝내고 귀국한다. 일본의 서점에서 번역된 한국 소설을 찾아보는 것으로 하자. 6년간의 한국 생활로 한국을 다 알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책의 힘을 빌려 한국 친구들과의 공감대를 쌓아 올리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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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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