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교도소에서 온 편지/배경헌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교도소에서 온 편지/배경헌 사회부 기자

입력 2012-10-25 00:00
수정 2012-10-25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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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 있는 제가 이런 글을 보내도 될지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제가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글로 보내오니 부족하지만 끝까지 읽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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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헌 사회부 기자
배경헌 사회부 기자
얼마 전 편지가 왔다. 발신인은 성범죄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라는 A씨. 출소를 2개월 앞둔 전자발찌 소급적용 대상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출소 후 사회의 구성원이 되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전과자들을 사회에 안착시킬 대책은 턱없이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교도소에서 받은 성교육을 통해 “막연한 반성이 아니라,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으신 피해자분께 진심으로 용서를 빌게 됐다.”는 그는 교정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적었다.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않고 출소하는 성범죄자가 부지기수”라며 안타까워했다. 또 “취업 지원 등 기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출소하면 잘 살아갈지, 노력해보고 안 되면 나쁜 짓을 저지르게 되는 건 아닐지 두렵다.”고 덧붙였다. 전자발찌 소급적용 등 강제적인 격리조치에 앞서 사회적응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더 많이 늘려야 한다는 취지였다.

지난 4년간 보호관찰 대상자 5명 중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보호관찰 대상자 956명 가운데 사망원인이 밝혀진 431명 중 85명(19.7%)이 자살한 경우였다. 교통사고로 97명(22.5%)이 사망한 데 이어 사망원인 중 두번째로 높다. 같은 기간 전자발찌 착용 사망자 7명은 모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원인은 암(27.8%), 뇌혈관질환(9.9%), 심장질환(9.7%) 순이다. 자살은 전체의 6.2%를 차지해 네번째다. 수치로만 보면 전과자의 절망은 비전과자의 절망보다 깊다.

오는 28일은 교정의 날이다. 사전상 교정(矯正)은 ‘틀어지거나 잘못된 것을 바로잡음’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범죄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선행돼야겠지만, 우리 사회가 ‘바로잡음’ 대신 배제에만 몰두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건 아닐지 두렵다.”는 A씨의 말이 자꾸 걸린다.

baenim@seoul.co.kr

2012-10-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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