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막장으로 가는 KAIST 서신정치/박건형 사회부 기자

[지금&여기] 막장으로 가는 KAIST 서신정치/박건형 사회부 기자

입력 2012-01-14 00:00
수정 2012-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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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형 사회부 기자
박건형 사회부 기자
구성원 모두 “소통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서로의 주장을 듣는 방식은 성명서뿐이다.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생각은 아예 없는 듯싶다. 몇 개월째 의혹 제기와 사퇴 요구, 해명만 난무하고 있다. 한국 과학을 대표하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최근 모습이다.

지난해 봄 KAIST는 재학생들과 교수의 자살 사태로 개교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혁신비상위원회가 꾸려졌다. 서남표 총장은 눈물까지 보이며 “모든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살 파문이 잦아들자 서 총장은 “위원회가 권한을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다.”며 일부 대책을 거부했다. 교수협의회는 국정감사를 앞둔 지난해 9월 다시 행동에 나섰다.

언론에 이메일 성명서를 보내기 시작했다. ‘총장에게 보내는 공개 질의서’라는 이메일은 온라인 전기차와 모바일 하버에 대한 총장의 특허권 보유, 대학평의회 구성, 이사 선임절차 개선 등을 시리즈로 다뤘다. 현재까지 교수협이 낸 성명서는 20여통, 역시 이메일을 통해 발표된 학교 측의 해명자료도 같은 숫자다.

‘서신정치’는 마치 ‘치킨게임’ 같다. 교수협은 최근 임용된 김모 교수가 서 총장을 임명한 전임 부총리의 아들이고, 비정상적인 절차였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학교 측은 교육과학기술부에 스스로 감사를 청구하면서 “서 총장을 끌어내리기 위한 교과부와 오명 이사장의 수”라고 맞섰다. ‘혁신의 아이콘’이라며 대통령까지 극찬했던 KAIST에는 분란과 음해만 남은 듯하다. 교수협의 성명에는 한 가지 메시지만 있다. 총장 퇴진이다. 학교 측의 장황한 반박에는 퇴진 불가만 있다. 한 발짝 떨어져 지켜보는 이들은 안다.

서 총장과 교수들이 추구하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자리싸움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모두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극단적이다.

서 총장이든, 교수들이든 한쪽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언제까지 학생들에게 학문에 대한 지식을 가르치는 대신 꼴사나운 스승들의 싸움을 보여 줄 셈인가.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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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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