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김일성의 오산/곽태헌 논설위원

[씨줄날줄] 김일성의 오산/곽태헌 논설위원

입력 2011-11-05 00:00
수정 2011-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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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15일 혹독한 일제 36년 치하에서 해방되고 3년 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될 당시 남쪽에는 변변한 공장이 하나도 없었다. 1943년 11월 완공됐을 때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던 수력발전소인 수풍발전소도 북쪽에 있었다. 지하자원도 북쪽에 편중됐다. 남과 북이 각자 출발했지만, 출발선부터 대한민국은 북한보다 열세에 있었다. 게다가 김일성이 소련의 지원을 업고 6·25 전쟁을 일으키면서 남쪽은 쑥대밭이 됐다. 그러지 않아도 공장다운 공장도 없던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의 날벼락이었다. 김일성의 오판(誤判)과 오산(誤算)에 따른 참화였다.

정부가 수립되던 해 수출과 수입을 합한 무역규모는 2억 달러에 불과했고, 1953년 1인당 국민소득은 67달러였다. 60여년 전 대한민국은 세계 최빈국이었다. 하지만 올해 무역규모는 1조 달러를 넘어 세계 10대 무역대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5위로 아프리카 50여개국의 GDP를 합한 것보다 많다. 선진국의 문턱에 와 있는 신흥 경제모범생이 됐다. 사실상 맨땅에서 시작한 대한민국은 1970년대 중반 경제력에서 북한을 앞서기 시작했다. 남북 간 경제력 차이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북한의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30조원으로 남한 GNI의 2.5%에 불과하다. 북한의 1인당 GNI는 124만원으로 남한의 5.1% 수준이다.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다.

미국의 외교안보전문연구소인 우드로 윌슨센터가 공개한 ‘한반도에서의 데탕트 부상과 추락:1970~1974’에 따르면 1971년 6월 김일성은 북한을 방문한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루마니아 국가평의회 의장에게, 남한이 북한보다 경제적으로 강해질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몽상이라고 일축했다. 김일성은 “그동안 우리가 잠을 자고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박 전 대통령)가 상상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했다. 오늘의 남북 경제력을 보면 남한은 밤을 낮 삼아 열심히 일한 반면, 북한은 잠만 잔 꼴이다.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대(代)를 이은 북한 정권은 주민들을 제대로 먹여살릴 능력도 없어 외국에 손을 벌리는 한심한 처지가 됐다. 러시아의 권위 있는 국책연구기관인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IMEMO)는 2020년대에 북한은 사실상 남한에 흡수통일될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고 한다. 6·25 전쟁에 이은 잇따른 김일성의 오판과 오산으로 북한과 북한 정권의 운명도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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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헌 논설위원 tiger@seoul.co.kr

2011-11-0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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