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나눔 급식/구본영 논설위원

[씨줄날줄] 나눔 급식/구본영 논설위원

입력 2011-10-18 00:00
수정 2011-10-1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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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춘천의 남이섬을 찾았을 때 얘기다. 섬 안의 한 식당에서 발견한 ‘옛날 도시락’이란 메뉴가 퍽 반가웠다. 낯익은 알루미늄 용기엔 계란 프라이를 덮은 밥이 담겨 있었다. 도시락에 김치 국물을 쏟아부어 흔들어 먹던 학창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났다.

초등학교를 시골에서 다녔던 필자가 잊지 못하는 삽화가 있다. 점심 시간 도시락을 못 싸와 교정 우물가에서 우두망찰 서 있던 친구의 실루엣이다. 담임 선생님이 그와 자신의 도시락을 나눠 먹던 장면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1960년대 말이나 1970년대 초까지였을 법한 이른바 ‘보릿고개의 끝자락’을 힘겹게 넘었던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기억인지도 모르겠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촉발된 무상급식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전에서도 ‘전면 무상급식 실시’ 대 ‘선별적 무상급식의 단계적 확대’라는 구도가 평행선이다. 내년 총선이나 대선까지 이어진다면 ‘비생산적 논쟁’의 극치가 되지 않을까. 예산 지출의 우선순위나 각자의 가치관에 따른 모범답안은 있을지언정 정답이 결코 있을 수 없는 쟁점이다. 미국·영국·일본 같은 경제대국들조차 여전히 부분적 무상급식만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인구가 적지만 부유한 강소국인 스웨덴·핀란드 등 몇몇 북유럽국들은 전면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음식의 질 저하나 예산 확보의 어려움 등 무상급식의 허점을 메울 대안으로 ‘나눔 급식’ 제도를 들고 나왔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학부모는 물론 일반인과 단체의 기부금을 받아 각급 학교 급식의 질을 높이는 데 사용하겠다는 취지다. 그러기 위해 올 정기국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학교급식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을 우선 처리할 방침이라고 한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평행선 대치를 우회해 초·중·고 학생들에게 주어질 실질적인 혜택을 확대하려는 발상이라면 반기지 않을 이유는 없겠다.

그러지 않아도 세계 13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우리나라는 기부문화 측면에선 아직 불모지나 다름없다. 영국의 자선구호재단(CAF)이 조사한 지난해 세계 기부지수 평가에서 81위에 불과했다. 학창시절 우물물을 길어올리기 위해선 한 바가지의 물을 먼저 펌프에 부어야 함을 깨달았다. 이른바 ‘나눔 급식’이 단지 질 높은 학교급식을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에 기부를 촉진하는 마중물이 되었으면 더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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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2011-10-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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