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출산 가산점제/구본영 논설위원

[씨줄날줄] 출산 가산점제/구본영 논설위원

입력 2011-10-14 00:00
수정 2011-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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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어버이날 자주 듣는 ‘어머니 마음’의 첫 소절이다. 남성인 필자로선 체감은 할 수 없지만, 여성들이 겪는 출산의 고통을 감지하게 한다.

그러나 아이를 낳는 산고는 남성들의 상상 이상인 것 같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제왕절개 분만이 성행하고 있음이 이를 말한다. 제왕절개술(Cesarean section)의 어원은 로마의 지배자 카이사르(Cesar)가 어머니의 배를 갈라 꺼내진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동양에서 제왕절개(帝王切開)로 번역되는 것도 카이사르라는 이름이 제왕이란 보통명사와 혼용된 탓이다. 이는 확인이 어려운 가설이지만, 당초 산모와 태아의 생명이 위험할 때 행해졌던 제왕절개가 점차 출산의 고통을 줄이는 방편으로 활용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자연분만 때의 고통이 오죽했으면 칼로 배와 자궁을 가르는 방식을 택하게 됐을까 싶다.

18세기 경제학자 맬서스는 산술급수적 식량 증산에 비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인류가 큰 재앙을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그의 예언은 적어도 중진국 이상의 나라에서는 빗나갔다. 인구과잉이 아니라 저출산이 심각한 문제란 점에서다. 우리나라에서도 ‘딸·아들 구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던 산아제한 구호가 전설인 양 기억 속에 아련하다. 물론 이러한 출산 기피 풍조가 단지 육체적 고통을 회피하려는 심리 때문만은 아닐 게다. 그보다는 육아나 자녀 교육 등에 들어갈 엄청난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 출산을 꺼린다고 봐야 할 것이다.

서울시장 보선에 나선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그제 ‘출산 가산점제’란 이색 공약을 내걸었다. “군 복무 가산점을 도입하는 대신 여성들에게도 출산 가산점을 줘야 한다.”는 요지였다.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로 인해 취업 시험이나 직장 생활에서 받는 불이익을 보전해 주자는 발상이다. 그 취지는 이해되지만, 실제 정책으로 집행하려면 걸림돌도 적지 않을지 모르겠다. 군 가산점제도 형평성 논란으로 위헌 시비까지 낳았던 전례가 있는 까닭이다.

더욱이 살을 저미는 듯한 산고와 기나긴 육아의 고통을 겪는 여성들이 어디 서울에만 있겠는가. 보선이 아니라 총선이나 대선에서 전 국민의 판단을 구해야 할 사안일 것이다. 하지만 조생종 공약이라 하더라도 당장 공론화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인구 노령화와 저출산 현상이 겹치면서 빚어질 가공할 사태를 상상해 보라. 저출산으로 인한 성장 잠재력의 지속적 약화는 우리 공동체 붕괴의 전주곡이나 다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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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2011-10-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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