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기고] 국어기본법 흔들지 말라/구법회 한글학회 정회원·전 연수중 교장

[기고] 국어기본법 흔들지 말라/구법회 한글학회 정회원·전 연수중 교장

입력 2011-08-12 00:00
업데이트 2011-08-12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공문서에 한자를 혼용하자는 내용의 국어기본법 일부 개정안이 비슷한 내용으로 국회에 두 건이나 발의되어, 지난 제헌절을 맞아 한글단체들이 성명을 냈다. 현행 국어기본법 14조는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이미지 확대
구법회 한글학회 정회원·전 연수중 교장
구법회 한글학회 정회원·전 연수중 교장
이것을 김광림 의원 대표 발의안(111명)에는 ‘……한글로 작성하되 한자어의 경우에는 한자를 쓸 수 있다.’라고 했고, 이강래 의원 등의 발의안(22명)은 ‘한자를 오른쪽 괄호 속에 병기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여 한자어에 한자를 함께 적도록 하는 강제성을 띠고 있다. 이 두 법안의 공통 핵심은 공문서에 한글과 한자를 혼용 또는 함께 적자는 것이다.

이 두 개정안은 온 국민이 오랜 세월 동안 함께 쓰고 지키고 가꾸어 온 우리 말글을 뿌리째 흔들겠다는 심각한 사안이다. 이들 개정안의 제안 이유를 보면 우리말의 70%가 한자어로 되어 있고, 그중 동음이의어가 90% 이상이어서 한자로 쓰지 않으면 의미 구별이 안 되며, 한자는 국자(우리나라 글자)이므로 의무교육과정에서 한자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 등이다.

우리말의 70%가 한자어로 되어 있다는 말은 일제강점기 때 국어말살정책에 따라 만든 ‘조선어사전’(1920)에 바탕을 둔 것이고, ‘표준국어대사전’(1999)에는 한자어가 57.3%를 차지하고 있다. 사전의 올림말에 한자어의 비율이나 수효가 많은 것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한자어는 이미 한글화되어 한자로 쓰지 않아도 그 뜻을 알기 때문이다. ‘학교’를 한글로 써도 한글을 깨우친 어린이라면 그 뜻을 알게 되며, ‘경제, 검찰, 문화, 철학, 학문 …’ 따위의 한자어를 한자로 쓴다고 해서 그 뜻을 빨리 알아차리는 것도 아니다. 더 어려운 한자어는 국어사전을 찾는 것이 빠르며, 배우기가 어려워 시간과 경제성에서 이득이 없다.

한자어 중 동음이의어가 90% 이상이어서 한자로 쓰지 않으면 구별이 되지 않는다는 말도 궤변이다. ‘정당(政黨)과 정당(正當)’, ‘공기(工期)와 공기(空器), 공기(空氣)’, ‘하수(下水)와 하수(下手)’ 등 일상생활에서 쓰는 동음이의어들은 말과 글에서 앞뒤의 문맥을 보고 구별할 수 있다. 한자가 국자이니 의무교육과정에서 한자를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은 억지에 불과하다. 이것도 국한혼용론자들이 주장하는 내용과 똑같은 말인데, 한자가 국자라고 하는 것은 중국의 임어당이 한자를 동이족(동쪽 오랑캐)이 만들었다고 말했다는 것을 믿고 하는 말이다.

의무교육과정에서 한자를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은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한자의 짐을 지우는 가혹한 일이다. 현재 상용한자는 중·고교에서 가르치는 1800자로 충분하며 초등학교부터 한자를 가르치면 한자 사교육을 부추기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다. 공교육에서 한자교육은 현재 상태로 충분하다. 공문서에 한자를 섞어 쓰도록 하겠다는 위 두 개정안은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하고 공무원의 업무를 과중시키는 개악 안이다. ‘국어기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모두 철회해야 마땅하다.
2011-08-12 30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