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SH-Navi 인사시스템/노주석 논설위원

[씨줄날줄] SH-Navi 인사시스템/노주석 논설위원

입력 2010-05-05 00:00
수정 2010-05-05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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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가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시대는 옛말이다. 요즘은 내비게이터(Navigator)가 길치로, 노래방기기는 18번 노랫말도 외우지 못하는 가사치로 만들고 있다. 휴대전화의 진화에 따라 제 번호는 물론 가족 전화번호도 모르는 형편없는 존재가 되었다. 특히 자동차에 장착된 내비게이터 없는 현대생활은 생각하기 어렵다. 내비게이터는 조종사, 항해사, 자동진로추적장치라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 인간의 미래를 안내하는 전지전능한 인도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시 지방공기업인 SH공사가 ‘Navi 인사시스템’을 도입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공기업 인사시스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겠다며 도입한 쇄신 방안이다. 내비게이터처럼 직원들의 인사 진로를 미리미리 알려주고, 보여줌으로써 조직에 활력을 주고, 사기를 불어넣어 주겠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기존 공기업이나 민간기업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신(新) 인사시스템의 종합판이라고 할 만하다.

베스트 앤드 워스트, SH 프리미어리그, 간부자격 사전예고제, SH 스페셜리스트 등 생소한 용어들이 눈에 띈다. 베스트 앤드 워스트는 동일 직렬의 모든 직원이 참가해 업무능력과 리더십, 간부자질 등을 평가한 뒤 상위 20%를 베스트, 하위 20%를 워스트로 선정하는 제도. 워스트 간부가 다면평가에서도 하위 20%를 받으면 직위 공모 때 보임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6월 1~2급 간부 7명이 무보직 발령을 받았다.

SH 프리미어리그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성적이 부진한 3개 팀을 하위리그로 강등시키는 방식을 벤치마킹했다. 평가가 낮은 팀장급 이상 간부직원은 팀원으로 직위를 낮추는 대신 빈 자리에 우수한 팀원을 발탁하는 것. 그제 인사에서 3명의 간부가 팀원으로 강등됐다. 간부자격 예고제는 간부로서 갖춰야 할 자질과 리더십을 미리 키울 수 있도록 했다. 개인별 특성에 맞는 핵심 실무 전문가를 양성토록 한 SH 스페셜리스트는 순환보직의 단점을 보완한 제도다.

부실 지방공기업의 청산, 통폐합 등 선진화 방안이 화두다. 지방공기업의 맏형격인 SH공사의 인사혁신이 후폭풍을 예고하는 장면이다. 일회성이나 전시성이 아니라 제도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두산건설 부사장과 한일건설 대표이사를 지낸 유민근 사장이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2년 만에 일궈낸 성과이다. 공기업의 연공서열식 철밥통 인사를 깨는 서곡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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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2010-05-0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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