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욱 풀뿌리 정치] 교육감 직선,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정세욱 풀뿌리 정치] 교육감 직선,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입력 2010-04-14 00:00
수정 2010-04-14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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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서울시교육감이 구속되고 교육장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된 데 이어 서울의 초등학교장 586명 중 26.8%에 해당하는 전·현직 교장 157명이 형사처벌을 받거나 수사대상에 오르는 등 교육계의 구조적 비리가 계속 불거져 충격을 주고 있다. 교장들은 학생들을 수학여행·수련회에 보내면서 버스업체·여행사·숙박업자·대행업체로부터 전체 비용의 20~30%를 뒷돈으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인사비리 또는 수뢰 혐의로 서울 강남의 학교장들이 줄줄이 구속, 입건되거나 검찰 소환조사를 받고 있다. 인천 지역 47개 학교 중 43개 학교가 교장에게 뇌물을 건넨 학교급식업체와 올해 상반기 학교급식 식재료 납품 수의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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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욱 명지대 명예교수
정세욱 명지대 명예교수
교육계의 비리는 교육감 직선제 실시 이후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시·도 교육감 16명과 교육의원 77명을 뽑는 6·2 교육분야 지방선거관리에 투표용지 제작, 선거관리 인건비, 부정선거신고 포상금 등으로 무려 1261억원의 교육예산이 쓰여진다. 이 비용은 지방재정교부금에서 충당되므로 다른 용도의 시·도 교육사업을 그만큼 못하게 된다. 게다가 교육감 후보 1인당 선거비용 제한액은 서울 38억 5700만원, 경기 40억 7300만원이며 시·도 평균액은 15억 6000만원이다. 서울·경기 교육감선거에는 후보당 최소 60여억원의 선거비용이 들어, 재력가가 아니면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예비후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교육감 후보는 후원회를 통해 선거비용의 50%까지 모금할 수 있다. 따라서 당선되면 후원해준 사람들을 모른 척할 수 없다. 인사비리, 건설비리, 급식비리에 연루될 개연성이 높다. 특히 업자의 올가미에 걸려들기 쉽다. 그러므로 비리의 온상인 후원회 제도를 없애야 한다.

거액의 선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예비후보도 있다. 빚을 낸 돈으로 선거를 치러 교육감에 당선되면 빚을 갚기 위해 교육계 인사, 건설공사, 학교급식 등 비리 유혹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교육장·장학관·장학사·교장에 대한 승진·전보인사를 하면서 상납금을 챙기거나 교육관련 공사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아 빚을 갚거나 본전을 회수하려 할 것이다. 당선된 후 비리의 늪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교육감에게 돈을 바치고 교장이 된 사람도 본전을 챙기기 위해 수학여행·수련회를 보내면서 뒷돈을 받는 등 비리를 저지르게 된다. 이런 분위기에서 교사들도 교장 눈치 살피지 않고 학부모로부터 촌지를 받을 것이다.

교육의원 선거비용 제한액도 문제다. 경기도 내 기초단체장 평균액이 약 2억 200만원인데, 인구 200만 5700명인 선거구(수원·평택·오산·화성) 교육의원은 4억 4400만원이나 된다. 도덕성과 능력을 갖춘 인사가 감히 교육의원 선거에 출마할 엄두가 나겠는가. 교육감과 교육의원 선거가 졸부들의 잔치가 될 것이 뻔하다. 정치권의 당리당략과 교육계의 집단이기주의가 어우러져 교육자치법을 기형아로 만들었다.

정부는 교육계 비리를 없애기 위해 전국 국·공립 초·중·고교 중 5% 정도에서 시범 실시 중인 교장공모제를 2013년까지 50%로 확대할 방침이라지만 근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2014년 지방선거부터는 시·도 교육의원 직선제가 폐지된다. 교육계 비리의 고리를 끊고 건전한 학교교육체제를 갖추려면 교육의원뿐 아니라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 시·도지사가 시·도의회의 동의를 얻어 4년 임기의 교육감을 임명하는 방안이 가장 바람직하다. 시·도지사 소속 하에 상대적 독립성을 가진 교육위원회를 두고 시·도지사가 의회의 동의를 얻어 교육위원을 임명하든지(예: 일본),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러닝메이트로 뽑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러닝메이트제를 시행하면 교육감 후보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막대한 선거비용 문제와 교육계의 피라미드형 비리구조를 근본적으로 도려낼 수 있다. 교육감이 시·도지사와 협의하여 교육정책을 수립·추진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교육감·교육의원 선거제도까지 고칠 수는 없겠지만 선거운동만이라도 라디오·텔레비전에 의한 선거공영제로 치르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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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명예교수
2010-04-1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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