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성’은 어디에 있는가/김기섭 한성백제박물관 추진단 전시기획팀장

[기고]‘한성’은 어디에 있는가/김기섭 한성백제박물관 추진단 전시기획팀장

입력 2010-03-17 00:00
수정 2010-03-17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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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광주·하남시의 통합안이 일단 국회에서 보류되었다고 한다. 얼마전 주민 여론조사에서 통합시의 이름으로 ‘한성’이 유력해졌다는 소식에 은근히 걱정이 앞섰던 터였다. 행정의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통합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주민들과 관계자들이 어색하게만 들리는 ‘한성’에 얽힌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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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섭 한성백제박물관 추진단 전시기획팀장
김기섭 한성백제박물관 추진단 전시기획팀장
가장 가까운 시기, 통합시의 이름은 광주(廣州)였다. 너른(廣) 고을(州)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예부터 매우 너른 고을이었다. 1963년 지금의 서초구~강남구~송파구~강동구에 이르는 한강변의 너른 들판을 모두 서울특별시에 떼어주고, 1973년에 성남시, 1989년에 하남시를 각각 독립시키는 등 분리와 축소를 거듭하고서 남은 것이 지금의 광주시이다.

서울시 송파구는 본래 백제의 500년(BC18~AD475) 도읍으로서 위례성, 한성, 한산 등으로 불렸다. 475년 고구려가 백제의 수도 한성을 무너뜨리고 한강유역을 차지한 뒤에는 고구려의 한산군(漢山郡)이 되었으며, 553년 신라 땅이 되어 북한산에 진흥왕 순수비가 세워진 뒤로는 신주(新州), 한주(漢州) 등으로 불렸다.

광주라는 이름은 고려 초에 생겼는데, 신라 때의 한주 곧 ‘큰고을’을 다르게 표현한 듯하다. 983년에는 중앙관리를 파견할 주요도시 12목의 하나로 꼽혔다. 고려 후기에는 전국을 5도(道) 양계(兩界)로 나누면서 양광도(楊廣道)를 설치하였는데, 한강 북쪽의 양주와 한강 남쪽의 광주를 중심으로 편성한 대단위 행정구역이었다. 조선시대에도 광주는 내내 수원과 함께 경기도의 대표도시였다. 병자호란이 일어났을 때에는 인조가 광주 남한산성에서 청나라에 항전한 일도 있다.

우리가 갓 태어난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줄 때 성씨를 두고 고민하지는 않는다. 누대에 걸쳐 물려받은 역사와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여러 사람이 오랫동안 함께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행정구역 이름이야 더욱 그러지 않겠는가?

한성은 백제 왕도의 이름이었으며 조선시대 도읍의 이름이기도 했다. 지금 서울시가 송파구에 한창 건립 중인 박물관의 이름도 ‘한성백제박물관’이다. 2011년 말이면 문을 열 한성백제박물관에서 내·외국 관람객은 서울이 유서 깊은 고도임을 ‘한성’이라는 이름을 통해 깊이 각인하게 될 것이다. 비록 최근 서울을 세계인이 모두 똑같이 발음할 수 있도록 ‘首爾(?)’(수이얼)라는 새로운 한자를 더 채용하였지만, 중화권에서는 여전히 서울을 ‘漢城’(한청)으로 통칭하고 있어 2000년 고도 서울 이미지를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유감없이 발휘하기 위해 한창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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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때의 한성 중심지는 서울시 송파구, 조선시대 한성 중심지는 서울시 종로구이다. 그런데 성남·광주·하남 통합시가 광주·한주·한산 등 지역 정체성과 관련 깊은 역사적 명칭은 다 제쳐두고 이웃지역의 이름 ‘한성’을 선호한다니, 자칫 이웃집안 할아버지 이름이 멋있다고 다른 가문의 선조이름을 차용해 쓰는 격의 비판을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 지역주민과 통합시 준비위원회 등이 통찰력을 발휘, 통합시의 새 이름이 지역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훼손하거나 향후 지역문화사 등 역사이해에 혼란을 야기하는 경우가 없기를 진심으로 빈다.
2010-03-1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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