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세종시가 우리 미래의 발목을 잡아서야/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 교수

[시론] 세종시가 우리 미래의 발목을 잡아서야/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 교수

입력 2010-01-27 00:00
수정 2010-01-27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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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문제는 보면 볼수록 착잡하게 다가온다. 너무도 많은 이슈가 복잡하게 얽혀서 풀기가 점점 어렵게 돼 가고 있다. 돌이켜 보면 참여정부가 수도 이전을 약속하고 집권한 순간 세종시에는 건드리기 힘든 권리가 창출됐다. 이후 수도 이전에 대한 위헌결정이 났을 때 정부는 행정부처 이전 이외의 다른 카드를 제시해야 했다. 그러나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협조하에 일부 행정부처의 지방 이전이라는 카드가 제시되면서 권리는 공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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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 교수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 교수


그러고 보면 최근 정부가 제시한 수정안도 이런 권리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존중하는 차원에서 제시된 것이며 원안이나 수정안 모두 과거 정부의 약속에 근거해 창출된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는 면에서는 비슷하다. 과거 약속에 근거해 창출된 권리가 없었다면 과연 수정안에 담긴 화려한(?) 패키지가 주어질 수 있겠는가. 다른 지역에 이런 패키지를 제공한다면 아마 두말없이 수용을 할 것이고, 기타 지역은 엄청난 반발을 했을 것이다.

수정안과 원안이 모두 기존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여기서 하나 더 짚어 봐야 할 것은 만일 원안대로 13개 부처(9부 2처 2청)가 세종시로 이전하는 경우 탄생하게 될 또 하나의 권리다. 예를 들어 보자.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전한 한 공기업에 대해 해당 지역에서 이를 감시하는 시민단체까지 생긴 경우가 있다. 이들 지역 시민단체가 주로 주장하는 내용 중 일부는 이렇다. “인력을 감축하면 안 된다.”, “해당 공기업의 지방소재 부서와 인력을 늘려라.”, “해당 공기업과 관련된 연관단체의 일부 혹은 전부를 해당 지역으로 옮겨라.” 등이다. 지역 주민이 해당기관의 인력이나 조직에까지 간섭을 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일단 중앙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하고 나면 이들 부처는 세종시 주민들에게는 자식 같은 존재가 되고 지역 주민은 해당 부처에 대한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다. 문제는 이들 부처의 부처 이기주의다. 주지하다시피 중앙부처의 행정개편은 어렵고 힘들다. 바로 부처 이기주의 때문이다. 부처 이기주의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면서 우리의 발목을 상당 부분 잡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한 비효율을 감당하기엔 우리 경제 사정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 글로벌 시대에 우리를 둘러싼 세계 환경은 끊임없이 변하고 이런 변화는 행정개편을 더욱 자주 효율적으로 해야 할 필요성을 증대시킨다.

부처 이기주의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고 행정부처는 상수가 아니라 변수가 돼야 한다. 필요하면 없애거나 줄이기도 하고 합치기도 해야 한다. 그러나 세종시로 주소지를 옮기는 부처들은 이런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돼도 상당 부분 손대기 힘든 대상이 될 것이다. 주민들이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부처 이전 후 시간이 지나면서 행정개편의 필요성이 생기고 세종시로 옮긴 부처 중 일부가 행정개편의 통폐합 대상이 되면서 축소 혹은 합병을 하거나 일부가 서울로 돌아오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결정이 난다면 이 결정이 과연 잘 추진될 수 있을까. 아마도 지역주민의 극심한 반대와 “지역 죽이기”라는 논리에 굴복해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세종시로 이전한 부처에는 확장은 있어도 축소는 어렵게 될 것이다. 중앙부처의 조직 내지 인력과 관련한 부처 이기주의가 지역 이기주의와 결합되고 나면 효율성을 추구하는 의사결정은 매우 힘들어진다. 또한 최근 일부에서 주장하는 대로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자치정책을 실행하게 된다고 할 때 세종시에 위치한 중앙부처를 대상으로 한 이전·축소·폐지안도 당연히 검토돼야 할 것이나, 이러한 조치는 제대로 시행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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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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