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달란 경제부 기자
에바디는 이란 정부의 눈엣가시다. 반체제 인사들의 인권변호사로 활약했고 국제사회에 이란의 인권 유린 행위를 낱낱이 고발했다. 그런 그가 최근 정부로부터 2003년 수상한 노벨평화상 메달을 빼앗겼다. 은행계좌도 모조리 동결당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진 뒤 지난 1일 방한한 그는 기자들 앞에서 처음으로 심경을 밝혔다. 눈빛은 형형했고 말투는 힘이 넘쳤다. 영국 런던에서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왔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의 육성을 통해 듣는 이란의 현실도 소름끼쳤지만 그의 방한 자체가 기적처럼 느껴졌다.
에바디는 온몸으로 탄압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를 초청한 한국 단체의 관계자는 “이란 정부의 감시를 받는 요주의 인물이라 초청하는 데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했다. 통역 구하는 일조차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남녀가 내외하는 이슬람 문화 때문에 남성 통역인은 애초부터 배제됐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이란인 유학생은 물론 이란어학과 교수들도 통역 맡기를 꺼렸다고 한다. 에바디를 통역했다간 비자 발급을 거절당해 이란 입국이 영영 불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에바디는 어느 정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그러나 공식석상에서는 이란어 사용을 고집하고 있다. 모국에 대한 그의 사랑과 자부심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독실한 이슬람 신자이면서도 알라(신)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잔혹한 인권 유린에 분노할 줄 아는 평화주의자, 모든 이슬람 여성의 어머니. 시린 에바디가 지금의 시련을 꿋꿋하게 버텨내길 바라며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오달란 국제부 기자 dallan@seoul.co.kr
2009-12-0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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