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DJ 부고기사로 본 설명방식/한정호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옴부즈맨 칼럼] DJ 부고기사로 본 설명방식/한정호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입력 2009-08-25 00:00
수정 2009-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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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인 로버트 브라운은 사회현상과 사건에 대한 설명방법으로 다음 6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는 원초적 설명방법이다. 역사적 설명방법으로도 불리는 이 방법은 ‘원래부터 그러하였다.’는 것이다. 원초적 과거를 들어 사건을 해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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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호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한정호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두 번째는 성향적 해석방법이다. ‘그런 성향이나 기질이 있어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이유적 설명방법이다. ‘어떤 사건이 일어난 객관적 이유가 존재했다.’는 것이다. 드러난, 혹은 드러나지 않은 인과적 이유를 찾아 설명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의도적인 설명방법이다. 누군가가, 혹은 국가나 조직체가 ‘무엇을 위해서’ 그러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얻는 것이 무엇이며 그것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했나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방법이다. 다섯 번째는 실증적 일반화다. “그러한 사건들이 많이 발생했으므로” 유추컨대 이러저러 하다는 설명이다. 여섯 번째는 이론적 설명방법이다. 일반화된 정식이론에 따라 현상이나 사건을 설명하는 것이다.

어떤 학생이 가정교사를 폭행한 사건을 두고 다음과 같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원초적 해석은 어릴 때 그 학생은 폭력적 언행과 함께 유사한 사건을 일으킨 바 있으며 이번에도 그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성향적 해석은 원래 폭력적 성향과 기질을 가졌기 때문에 폭행했다는 것이다. 이유적 설명방법은 이 학생이 아침에 몸이 좋지 않고 여자친구로부터 절교를 선언당해 홧김에 폭행을 했다는 것이다. 의도적 설명방법은 이 학생이 부모로부터 돈을 받아내려고 폭력시위를 했다는 것이다. 혹은 그를 쫓아내고 원하는 다른 사람을 들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실증적 일반화의 설명방법은 그가 최근 자주 그러한 유사한 폭행사건을 일으켰고 목격자가 많다는 것이다. 이론적 설명방법은 ‘좌절은 공격성을 초래한다.’는 밴두라(Bandura)의 사회심리학 이론을 동원해 이 학생이 그간 여러 가지 좌절을 겪으면서 폭력성이 커졌다는 현상을 체계적 이론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언론인들은 사회적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이 여섯 가지의 설명방법들을 다양하게 동원했으면 한다.

우리나라 신문 정치면은 의도적 설명방법의 기사들이 가장 많으며 사건사고 기사는 이유적 설명방법이 많이 동원된다. 과학과 의학기사는 잘 아는, 혹은 권위자의 이론으로 설명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좋은 기사를 만들기 위해선 다각도적 해석이 바람직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신문들은 온통 그의 일대기를 조명하느라 바쁘다. 그의 업적을 많이 나열한 신문도 있고 역사적 의미를 찾고자 하는 신문도 있다. 공과를 대비시켜 균형을 맞추려는 신문도 있다. 서울신문은 부고기사를 속보나 낙수 등 다른 신문에서 다루지 않은 사실들의 발굴 중심으로 보도했다. 궁금한 전직대통령 첫 국장의 이모저모를 미리 알 수 있도록 보도했다. 비교적 좋은 부고기사라고 본다.

그러나 앞의 6가지 설명방법을 모두 동원했다면 더욱 입체적인 부고기사를 쓸 수 있다고 본다. 그가 4수를 하며 마침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이유나 경제위기를 해결할 수 있었던 객관적 이유도 들고 남북화해는 노벨평화상 수상을 목적으로 했다는 해석도 존재한다는 의도적 설명방법의 기사를 만들 수도 있다. 인동초가 될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의 원초적 사건을 찾아내도 좋고 인내와 감화적 성품의 소유자라는 기질적 해석도 좋다. 역사적 환경과 영웅의 탄생을 연관시켜 조명한 정치이론을 동원할 수도 있으며 그가 진정한 남북통일을 추구했던 절실성을 여러 가지 목격담이나 사례를 들어가며 실증적 일반화의 설명방법을 동원해도 부각시키는 기사를 만들 수 있다. 앞으로 김 전 대통령 부고관련기사는 계속적으로 나올 것인 만큼 이 사회학적 설명방법의 적용을 고려할 만하다.

한정호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2009-08-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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