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부패지수와 국가이미지/고형식 국제변호사

[글로벌 시대] 부패지수와 국가이미지/고형식 국제변호사

입력 2009-08-24 00:00
수정 2009-08-2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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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미국 대통령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하여 국민들의 시선을 주목할 수 있는 선거 슬로건을 잘 사용하였다. 다름 아닌 ‘변하자(change)’와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 이 슬로건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미국 민주당은 집권당 공화당을 백악관과 국회서 퇴출시키기 위해 2008년 선거에 앞서 수년 전부터 더 강력한 정치 슬로건을 역이용했다. 바로 공화당의 ‘부패문화(Culture of Corruption)’라 불리는 것이다. 공화당의 부패문화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제2차 임기에 이루어진 일련의 정치와 로비스트 부패 사건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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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식 국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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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미 대통령 정권시절 집권당인 공화당 지도부가 만들어낸 워싱턴의 게임의 법칙은 다음과 같다. 정부로부터 도움을 받고자 하는 모든 이들은 정지 헌금을 오직 공화당에만 내야 하고, 로비스트는 오직 공화당 출신들만 사용하여야 한다. 로비스트들은 공화당 지도부에 의해 법 제정이 이루어지도록 권력을 집중시키는 데 지원을 아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로비스트와 정치헌금자들이 원하는 대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하여 공화당 지도부는 비밀리에 법안을 작성하게 하고, 개정안은 절대 허락하지 않으며, 투표 전에 국회의원들이 그 법안을 검토하지 못하도록 시간을 주지 않으며, 중요한 법안은 늦은 밤에 통과시키며, 민주당과의 화합을 금하였다.

이러한 정치법칙하에 부패가 만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 후 워싱턴의 주요 로비스트 회사들이 부시정권 때 홀대받았던 민주당 출신의 로비스트를 채용하려고 혈안이 됐다는 것을 볼 때 공화당 지도부가 정치권력을 얼마나 편향적으로 이용했는지 잘 알 수 있다.

물론 공화당이 선거에서 패배한 이유는 이라크전쟁에서의 실정과 경제의 침체, 빈부격차를 들 수 있겠다. 하지만 제일 근본적인 패배원인은 민주당이 들고나왔던 공화당의 부패문화라는 슬로건이 사실로 확인되었고 이로 인해 공화당을 향한 국민들의 정치적 신뢰가 산산조각났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시정권 임기 기간에 일어났던 실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나라의 지위를 유지하는 까닭은 아마도 정치적 문제가 자유롭게 언론매체를 통하여 부각되게 하고, 이를 정치권에서 솔직히 인정하게 함으로써 문제의 해결 대안을 국민앞에 경쟁적으로 내놓기 때문이다. 우리가 미국을 가장 부러워하는 이유는 이 자기정화 시스템인 것이다.

우리는 해마다 자존심이 상하는 한 사실을 모든 언론매체를 통해 알게 된다. 바로 세계 각국의 부패지수가 어느 국제기관을 통하여 발표되는 날인 것이다. 신기한 것은 이러한 국가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는 부패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반복해서 망신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아시아경제를 이끌어 가는 주요 국가 중 하나다. 인적자원이 풍부하여 굴지의 기업뿐만 아니라 뛰어난 운동선수며 한류 스타들이 세계무대에서 성공해 각광받고 있다. 그런데 이런 자랑스러운 사실이 세계부패지수 때문에 제대로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못 받는다는 게 상당히 안타깝다.

한국은 노력을 아끼지 않으며, 타고난 재능이 풍부한 사람들의 나라로 세계가 인식하기 시작했다. 부상하는 이러한 긍정적인 이미지와 부패국가의 이미지가 어색하게 상존하는 것에 대해 문제인식을 가지고 좀더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제도적 해결책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오랫동안 지녀온 한국문화의 요소나 전통 자체가 부패 이미지를 개선시키는 데 문제가 된다면 새로운 문화와 전통을 만들어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세계 이미지를 더욱 각인시켜야 할 것이다.

고형식 국제변호사
2009-08-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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