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한글섬/김종면 논설위원

[씨줄날줄] 한글섬/김종면 논설위원

입력 2009-08-07 00:00
수정 2009-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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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모태인 훈민정음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이다. 유네스코에서는 해마다 문맹퇴치에 공이 큰 개인이나 단체에 ‘세종상’이라는 이름의 상도 수여한다. 한글의 우수성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스스로 언어사대주의에 빠져 제 나라 말과 글을 업신여겨온 측면이 없지 않다. 다행히 정부는 한글을 국가브랜드로 육성한다는 방침 아래 올해부터 한글세계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세종사업이다. 우선 2012년까지 세계 60여개국에 프랑스의 ‘알리앙스 프랑세즈’나 독일의 ‘괴테 인스티튜트’ 같은 ‘세종학당’을 세워 한국어 보급의 거점으로 삼기로 했다. 중국은 자국 언어와 문화 보급을 위해 세계 각국의 ‘공자학원’을 2010년까지 무려 50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바야흐로 총성없는 소프트 파워 전쟁 시대다.

인도네시아의 한 소수민족이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도네시아 부톤섬의 바우바우시는 최근 지역 토착어인 찌아찌아어를 표기할 공식문자로 한글을 도입했다고 한다. 인구 6만여명의 찌아찌아족은 독자적인 언어를 갖고 있지만 이를 표기할 문자가 없어 소통의 곤란을 겪어왔다고 한다. 인도네시아 한글보급 사업을 추진해 온 훈민정음학회는 바우바우시와 양해각서를 맺고 이들을 위한 교과서까지 만들어 보급했다. 한국의 국력이 신장됨에 따라 한글이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지만 이처럼 한 종족의 공식문자로 채택되기는 처음이다.

지구상에는 6900여개(2007년 유네스코 통계)의 언어가 존재한다. 이 중 다수는 그 말을 표기할 수 있는 합리적인 문자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자연발생적으로 혹은 지배언어의 ‘탐욕’에 밀려 2주일에 한 개꼴로 소수언어가 사라지고 있다. 이 같은 참담한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소수민족 한글 공식문자 채택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민족문자’를 넘어 ‘세계문자’로서의 한글의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과학적 표음문자인 한글은 복잡한 기호들을 덧붙이지 않고도 약간의 변형만으로 훌륭한 음성부호 구실을 할 수 있다. 우리 글의 힘을 실감케 한 부톤섬의 ‘한글섬’ 실험이 지구촌 곳곳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2009-08-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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