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 신설이나 증원을 노리는 대학관계자들이 보따리를 싸들고 교육과학기술부 문턱이 닳도록 기웃거린다.”는 얘기가 보건의료계에 떠돌고 있다. 사실이 아니라고 믿는다. 혹 사실이라고 해도 보따리속에는 서류뭉치가 가득할 것이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겠는가.
이미지 확대
노주석 논설위원
닫기이미지 확대 보기
노주석 논설위원
악소문이 난 연유는 짐작된다. 약대정원 조정안이 보건복지가족부의 손을 떠나 교과부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약대 정원을 1982년 이후 29년만에 390명 늘리면서 350명은 약대가 없는 5개 지방에 약대를 신설해 배분키로 결정했다. 기존 20개 약대의 반발이 눈에 보인다. 이들은 약대를 신설하기보다 기존 약대의 정원을 늘리는 게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약계내부의 입장은 분분하다. 한국병원약사회는 증원에 적극 반대하지 않는 반면 전국 2만여개 약국을 대변하는 대한약사회는 약국수와 약사 모두 포화상태라며 증원을 반대한다.
약계의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이렇다. 올해부터 약대가 4년제에서 6년제로 바뀌면서 일시적으로 생기는 약사공급 부족해소용 증원은 당연한 일로 생각된다. 또 서울보다 지방 약대신설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옳다. 시·도 배분은 의사, 간호사 등 보건의료관련 직역의 정원에 두루 적용되는 원칙이다. 대학측은 700~800명, 대한약사회는 0명을 주장할 정도로 증원에 대한 이해가 대학별, 지역별, 직능별로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서울을 제외한 지방에 390명 늘리기는 어쩌면 ‘솔로몬의 지혜’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점은 정원조정이 아니다. 신설 약대 선정이 문제다. 6년제 시행에 따른 약대 신설은 로스쿨과 마찬가지로 대학발전을 좌우하는 요소로 등장했다. 30여개 대학이 약대 신설이라는 목표를 향해 뛰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연세대와 고려대, 한양대 등 약대가 없는 주요 사립대는 목이 탄다. 서울입성 불허에 따라 지방 캠퍼스 활용으로 방향을 틀었다.
연대는 송도, 고대는 세종시, 한대는 안산 유치를 노리고 있다. 약대를 유치하지 못하면 이공계 인재들을 다 빼앗길 판이다. 우수인재가 입학 2년 후 약대가 있는 다른 대학으로 우르르 빠져나가거나 약대가 없다는 이유로 입학을 꺼릴 게 뻔하다. 나머지 경쟁 대학들의 입장도 엇비슷하다. 정원 조정안에 대한 해당 직능단체의 반발보다 12월로 예정된 대학선정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녹색성장의 ‘엔진’인 신약개발 등 제약산업에 필요한 전문연구인력 태부족이 우리의 현실이다. 약사면허 소지자 5만 6000여명 중 절반이 넘는 2만 8000여명이 약국을 운영하는 데 반해 제약사와 연구소 등에서 근무하는 전문약사는 1300여명(3.6%)에 불과하다. 약사수급이나 지역발전도 중요하지만 약대 6년제에 따른 전문인력의 안정적 확보가 시급한 배경이다.
약대신설을 원하는 대학은 많겠지만 전문 교수인력과 시설을 갖추고 임상교육과 실습이 가능한 ‘수준높은’ 여건을 갖춘 대학을 선정해야 한다. 대학선정은 교과부 소관사항이라며 복지부가 팔짱을 끼면 안 된다. 증원의 취지가 반영되도록 긴밀하게 협의해야 한다. 교과부는 경쟁에 뛰어든 30여개 대학의 로비를 받으면서 표정관리를 할 여유가 없다. 그땐 로스쿨선정 파동에 못지않은 ‘독배(毒杯)’가 기다릴지 모른다.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