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대륙횡단 트레일러/박재범 논설실장

[길섶에서] 대륙횡단 트레일러/박재범 논설실장

입력 2009-06-01 00:00
수정 2009-06-01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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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미국에 일하러 가네. 대륙횡단 트레일러를 몰 거야.” 50대를 넘어서면서 친구들의 삶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한 친구는 오랜만에 얼굴 좀 보자더니 뜬금없이 이렇게 얘기했다. 그는 썩 잘나간 편은 아니었어도 아주 뒤처지지도 않았다.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적당히 공부하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이어 장교로 군을 제대하고, 괜찮은 회사에 입사했다. IMF 경제위기 당시 회사가 어려워져 퇴사한 이후 한동안 지방의 어느 대학에 겸임교수로 출강하기도 했다.

그가 어려움에 빠진 것은 수년 전 작으나마 창업한 이후부터였다. 언제까지 등산이나 다녀야 하느냐며 벌인 일이었다. 물론 그 창업은 그가 평생 모은 얼마 안 되는 돈을 모두 빨아들였다. “굉장히 힘들다던데, 자네 같은 백면서생이 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친구들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여기서 뭘 할 수 있겠나. 난 아직 젊어.” 한국전쟁 이후 태어나 치열한 생존경쟁을 넘어온 이른바 1차 베이비붐 세대의 업보인가. 지천명의 나이에 겪는 좌절에도 오히려 활짝 웃는 그의 모습에서 힘을 얻는다.

박재범 논설실장

2009-06-0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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