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신종플루에 인권실종 유감/정현용 정책뉴스부 기자

[오늘의 눈] 신종플루에 인권실종 유감/정현용 정책뉴스부 기자

입력 2009-05-11 00:00
수정 2009-05-11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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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제19조와 전염병예방법 제54조에는 중요한 문구가 명시돼 있다. ‘의료관련 종사자는 업무상 알게 된 타인(환자)의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환자 개인정보 보호조항’이다. 하지만 이번 신종인플루엔자 사태를 직접 취재하며 이러한 규정이 과연 어떠한 효력을 갖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었다. 개인의 인권은 깡그리 무시되고 직업과 나이, 사는 곳까지 상세히 알려져 법 규정은 있으나마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종플루 대응과정에서 인권은 ‘실종플루’가 돼버렸다는 비아냥거림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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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용 사회2부 기자
정현용 사회2부 기자
지난 1일에는 신종플루 추정환자로 분류된 50대 남성이 특정지역에서 일하는 버스 운전기사라는 사실이 오후 늦게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곧이어 열띤 취재경쟁이 벌어졌다. ‘버스를 이용한 다수의 승객에게 병을 옮겼을 수 있다.’는 식의 추측성 기사가 난무했다.

보도 이후 이 남성은 인간에게 치명적인 병을 옮기는 바퀴벌레나 쥐, 벼룩과 같은 존재로 전락했다. 추정환자로 분류되자마자 국군수도병원에 격리됐지만,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나 친척들은 언론보도를 접하고 대면조차 꺼려했을 것이다. 결과는 모두 ‘음성’으로 판정됐지만 누구도 개인신상이 무리하게 공개된 것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문제는 ‘알권리’를 내세워 샅샅이 파헤치는 언론의 취재경쟁에 있다는 것을 부인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혼란을 막기는 커녕 오히려 부추기는 정부의 행태는 취재진으로서 지니고 싶은 냉정함을 잃게 한다. 정부는 앞서 직접 50대 남성의 개인정보를 흘려놓고, 이어 취재진에게 ‘추정환자의 신상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문자와 이메일을 보냈다.

유사한 사례는 계속됐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양성환자 발견’이라는 단독보도가 신상공개와 함께 이어졌다. 국익차원에서 일부 환자의 인권은 무시해도 좋다는 얘길까. 사태를 ‘슬기롭게’ 대처했다는 정부나 언론의 보도행태에서 환자의 인권보호란 말이 무색하기만 하다.

정현용 정책뉴스부 기자 junghy77@seoul.co.kr
2009-05-1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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