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사관학교 통폐합/노주석 논설위원

[씨줄날줄]사관학교 통폐합/노주석 논설위원

입력 2009-03-19 00:00
수정 2009-03-19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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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검사 위에 보안사, 보안사위에 육사, 육사위에 여사’라는 얘기가 엄혹했던 군사정권시절 시중에 나돌았다. 대통령을 3명이나 배출한 육사의 위세를 보여주는 ‘사’자 돌림 우스개다. 여사가 맨 위를 장식한 것은 ‘장군 부인의 계급은 장군’이라는 군 특유의 계급관 때문에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1980∼90년대 집권 여당이었던 민정당은 육사와 서울법대 출신이 꽉 잡고 있다고 하여 ‘육법당(陸法黨)’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육사의 독주시대는 끝났지만 군내 영향력은 여전하다. 육군이 장악하고 있는 국방부를 ‘육방부(陸防部)’라고 비아냥거리는데, 여기서 육군은 육사의 다른 이름이다. 국방부와 합참 등의 과장급 이상 공통직위의 육·해·공군 비율을 2대1대1로 아예 정해놓고 있다. 육사, 해사, 공사 등 3군 사관학교는 엘리트 장교의 배출대다. 육사는 65기, 해사는 63기, 공사는 57기를 올해 각각 배출했다. 장교 6만 2000여명 중 사관학교 출신은 소수이다. 육군의 경우 ROTC, 3사, 간호사관, 학사, 간부사관, 특수사관 등 장교 배출 통로가 다양하다. 지난해 육사출신 205명이 소위 계급장을 달았지만 ROTC출신은 3993명, 3사관학교 출신은 478명이나 임관했다.

사관학교출신의 장군 진급비율도 갈수록 하락세다. 군사전문 월간지 ‘군사저널’에 따르면 육사 20∼22기까지는 동기생 4명 중 1명꼴로 별을 달았다. 하지만 38기 이후의 장군 진급비율은 13∼15%에 불과했다. 3사관학교 출신은 3∼4%이다. 장성진급 심사 때는 육사 대 비(非)육사의 진급 공석을 50대50으로 정해 놓는다. 해사와 공사는 육사에 비해 군내 경쟁은 덜 하지만 자리가 부족해 진급비율은 9%대에 머문다.

3군 사관학교를 2012년까지 통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청와대에서 주도하는 것 같다. 국방부는 “10년째 검토중”이라며 미지근한 반응이다.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 법이다. 교육기관의 통합은 육·해·공군 3군을 하나의 군으로 묶는 통합군 체제로 가는 전제조건이다. 사관학교간의 파벌주의와 이기주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육군 쏠림현상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통합논의가 공론화되기를 바란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2009-03-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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