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저출산·고령화 정부대책 찾습니다/주명룡 한국은퇴자협회 회장

[시론] 저출산·고령화 정부대책 찾습니다/주명룡 한국은퇴자협회 회장

입력 2009-03-13 00:00
수정 2009-03-13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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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 회장 전 뉴욕 한인회장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 회장 전 뉴욕 한인회장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노년의 반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에서 인구 고령화에 시달려 온 프랑스는 자식이 돌보지 않는 노령층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강제 수용한다. 노인보호소 ‘CDPD’ 수용은 곧 죽음이다.

하루는 노인 ‘프레드’가 CDPD 직원의 방문을 받는다. 그는 강제 구인되기 직전 수용소 차를 탈취해 도주한다. 산으로 도주해온 이들은 거처를 마련하고 각자의 경험을 살려 집단생활을 시작한다. 이들의 활동이 프랑스 전역에 알려지면서 CDPD를 탈출해 산으로 들어오는 노년층은 크게 불어난다.

노인의 세력화에 불안해진 프랑스 정부는 시한부 하산 통보를 한 뒤 산에 독감 바이러스를 살포하고 군대를 보낸다. 수많은 노인이 사망하고 프레드는 군인들에게 체포된다. 사형선고를 받고 형장으로 가는 프레드는 그를 인도하는 젊은 군인을 쳐다보면서 말한다. “너도 언젠간 늙은이가 될 게다.”

프랑스는 세계 최고의 고령국가였다. 노인이 너무 많아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이런 극단적인 소설까지 등장했을 것이다.

그런 프랑스가 이제는 오랜 인구게임의 승자로 등극, 저출산과 고령사회의 탈을 벗고 있다. 그런 프랑스의 뒤를 이어 한국이 세계 1위의 저출산·고령사회를 맞고 있다. ‘적어도 앞으로 수십년간은 한국이 1등을 뺏길 일이 없다.’고 단언해도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우리 사회는 매일 2100여명이 50세 생일을 맞고 있다. 5년 뒤면 첫번째 그룹의 베이비붐 세대가 60세로 들어선다. 그 뒤를 이어 60~70년대 고출산 그룹이 우리 사회를 ‘늙은이의 나라’로 몰아갈 것이다. ‘하나로도 충분하다.’던 과거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 산물이다.

인구게임은 단시일 내에 해결되지 않는다. 유엔도 앞으로 300년간 그려야 할 한국인의 ‘인구 지도’를 이미 그려놓았다고 한다.

반면 우리 정부를 돌아보면 답답하기만 하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급속한 인구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이 활발하게 논의됐다. 2000년 본격적인 고령화 시대를 맞아 청와대에 ‘인구·고령사회팀’이 구성됐고, 그 역할이 몇 차례 확대되면서 대통령이 위원장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로 개편됐다. 신속하게 저출산·고령화 로드맵이 그려졌고 액션플랜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른바 ‘위원회 소탕전’이 벌어진 가운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사라졌다. 정책을 만들어 낼 공간이 없어진 것이다.

일자리 나누기 등 각종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저출산·고령화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큰 그림은 그려져 있지만 행동이 필요하다. 그 행동은 일개 부처가 아닌, 대통령을 중심으로 범국민적 차원에서 나와줘야 하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이 더욱 아쉽다.

우리는 앞으로 노동력을 구하는 문제로 더 고민할지도 모른다. 당장의 일자리 나누기도 중요하지만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면 반대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정부가 가슴까지 차올라 오는 노령화 파고를 알고도 모른 체하는 것인지 아니면 무딘 것인지 묻고 싶다. 저출산·고령화는 ‘아이 낳으라.’고 장려하거나 요양시설을 증축하는 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한국판 ‘노년의 반란’은 상상하기도 싫다.

주명룡 한국은퇴자협회 회장
2009-03-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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