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조의(弔意)/김학준 사회2부 차장

[길섶에서] 조의(弔意)/김학준 사회2부 차장

입력 2008-12-29 00:00
수정 2008-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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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고교 동창이 상을 당했는데 갈 형편이 되지 않아 다른 친구에게 조의금을 맡겼다.그런데 그 친구가 ‘弔意(조의)’라고 쓴 봉투를 받아들더니 “신문사 다니는 사람이 한자도 모르냐.”라면서 핀잔을 준다.‘弔意’가 아니라 ‘弔儀’라는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오래전부터 고민해 온 대목이다.사전에는 분명 ‘弔意’라고 되어 있다.‘조의=남의 죽음을 슬퍼하는 마음’이기에 뜻 의(意)자를 쓰는 게 맞다.‘弔儀’라는 말은 사전에 존재하지 않는다.그런데도 사람들은‘弔儀’라고 쓴다.유사어인 ‘부의(賻儀)’와 혼동해 생긴 현상인 것 같다.

한때는 나도 ‘弔儀’라고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弔意’라고 쓴 봉투를 건네고 나오면 “무식하다.”는 소리가 뒷전에서 들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그래서 아예 한글로 ‘조의’라고 쓴 적도 있다.세상사에서 잘못된 게 올바른 것 취급받는 모순이 어디 한둘이겠는가.흔히 쓰는 용어 하나가 이럴진대 복잡한 학문이나 정치의 세계에서는 오죽하겠는가.

김학준 사회2부 차장 kimhj@seoul.co.kr

2008-12-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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